[사설] 기부문화 회복, 투명한 기금관리가 먼저다
[사설] 기부문화 회복, 투명한 기금관리가 먼저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2.11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겨울이면 불우한 이웃들을 돕기 위한 각종 모금 운동이 펼쳐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리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고,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그러나 기부의 손길은 예년만 못하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10일 현재 463억 원으로, 지난해의 80% 정도에 그쳤다. 목표액에 도달할 경우 100℃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현재 11.3℃에 머물고 있다.
2000년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 이래 100℃에 도달하지 못한 적은 2000년과 2010년 단 두 차례다. 지금 같은 속도면 올해 목표 4105억 원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 11월 30일 시종식을 가진 구세군 자선냄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손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매년 저소득층 지역에 연탄을 후원해온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후원받은 연탄이 40%가량 적다고 걱정하고 있다. 연탄에 의지해서 추위를 이겨야 하는 빈곤층으로서는 연탄값이 인상된 데다 기부도 확 줄어서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례없이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것은 우선 경기가 안 좋아서 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들면 이웃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경기 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마음도 각박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식은 데는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 지난 몇 년 사이 결손아동 기부금 127억 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태, 기부금 12억 원을 유용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사회복지모금공동회 직원들이 성금을 술값·노래방 비용으로 쓰다가 적발된 사건 등이 터지면서 ‘내가 선의로 내놓은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문이 제기되게 됐다.
얼어붙은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금의 투명한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 모금액수와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기부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기업모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기부가 움츠러드는 것도 문제이다.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기업들의 기부가 뇌물로 의심받는 일이 생기면서 기업들의 기부 참여가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기부 문화가 침체했다고 하나 이웃을 걱정하는 손길들은 여전히 있다. 파지를 줍는 할머니가 1년간 모은 돈 50만 원을 연탄값으로 기부하는가 하면,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용돈 7만 원을 모아 후원금을 냈다. 올해로 6년째 직접 농사지은 쌀 20㎏들이 20포를 동 주민센터에 놓고 사라지는 익명의 기부자가 올해도 다녀갔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어려워지는 계절이다. 세밑 한파를 녹이는 따스한 손길이 절실하다. 발길을 멈추고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웃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