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누구든 구속 수감된다
[충남시론]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누구든 구속 수감된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12.12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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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보강 수사에 나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턱밑에서 끊긴 연결고리를 다시 잇기 위해 영장을 재청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 윗선인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구속영장은 불발로 그쳤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이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만큼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의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보강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영장 기각 법관들은 임 전 차장 구속영장을 발부했거나 두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는 판사들이다.

법원이 실행자인 임 전 차장만 구속하고, 상급자인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선 영장을 기각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항편 제 식구를 감싸는 꼬리 자르기식 ‘방탄 법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전직 대법관의 구속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법원이 스스로 사법불신을 끊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반발했고, 시민단체들도 특별재판부의 도입 촉구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두 대법관이사 무죄라는 뜻은 아니다. 죄가 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피의자가 일단 구속되면 위축된 상태에서 혐의 사실을 쉽게 털어놓는 경향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 편의주의 차원에서 구속 수사의 유혹에 빠져드는 이유다. 그러나 수사는 불구속으로 해야 한다는 게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다. 수사와 구속은 사법적 단죄의 시작에 불과하다.

구속만 하면 끝이라는 구태의연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 대법관은 인신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그렇다고 범죄 혐의가 벗겨진 것은 아니다. 구속까지 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기각 사유는 두 전직 대법관의 범죄 사실이 한 마디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을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면 될 일이다.

  ​ 영장을 기각한 법관 만을 탓하기에 앞서 보다 정교한 수사로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최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도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바 있다.

하지만 전 기무사령관은 "최선을 다했으나" 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3성 장군의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심정에서 투신을 결심했을 것이다.

대법관은 사법부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전 대법관들의 명예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법원과 검찰이 형사소송법이 선언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죄가 있으면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낸 뒤 구속 수감하면 된다.두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대법원은 사법정의의 최후의 보루인데 전직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고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구치소에 대기한 그 자체만으로도 법원이 처한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 사건을 보고 있는 국민들을 씁쓸하고 참담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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