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할 수 있어!! 아직 진 거 아니야!! 포기하지 마!! 화이팅!!”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 고학년 남자부 8강전 수원신풍초에게 첫 세트를 아깝게 내주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대전도솔초 배구부의 모습이다. 이 경기는 결국 뛰어난 조직력을 보여준 대전도솔초가 역전승을 거두며, 최종 우승컵까지 거머쥐게 했다.
경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학생들의 표정은 내내 밝았다. 선행학습과 학원을 전전하며 입시전쟁만을 준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자신감이었다. 이 우승에는 학생과 담당교사, 지도자의 열정, 학교장을 비롯한 선생님과 학부모의 공감과 배려가 녹아있다.
그 주역들을 만나 우승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니들이 배구를 알아?
대전도솔초 4·5·6학년 학생들은 배구를 할 줄 안다. 1·2·3학년도 선배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며 배구를 이해하고 있다. 대전 도솔초등학교는 지난해 한국프로배구연맹(KOVO)과 유소년 배구 교실 운영을 위한 MOU 체결을 토대로 유소년 지도자를 지원받아 체육교과 수업시간에 배구 수업을 하고 있다.
성은교 지도자는 “대전도솔초의 배구사랑은 유별나다. 학생들이 배구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좋다고 하니 교장 선생님, 체육 선생님 또 다른 선생님들 모두 열정을 보여주시며, 아이들이 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다는데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전국 어디든 배구부와 함께하는 유재열 교장은 배구로 아이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 교장은 “우리 아이들은 배구라는 도구를 가지고 서로 협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협동을 통해 얻는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며 “앞으로 살아가며 부딪힐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도 하고 취미로 배구도
대부분의 큰 경기는 아이들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요일에 열린다. 배구부 학생 중 아버지가 목사님인 경우도 있다. 일요일에 경기가 있으면 미안한 마음에 “교회 다녀왔니?”하고 물으면, “새벽 교회 다녀왔어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이번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열려,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경기 출전을 위해 학부모동의서를 각 가정에 보냈지만, 학부모들은 기말고사를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선 뜻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공부도 배구도 포기 못 한 아이들은 결국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시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배구부에는 학급에서 반장을 맡고 있거나 영재반인 학생이 다수가 속해 있다.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이렇게 보여준 열정이 결국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배구로 달라진 아이들
배구로 아이들이 체력은 강해지고 마음도 단단해졌다. 대전도솔초는 지난해 학교폭력이 몇 건 있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물론 배구 하나만으로 얻은 결과는 아니겠지만, 운동하며 배우는 협동과 배려의 효과임은 분명하다.
유재열 교장은 “저는 아이들에게 늘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는 것을 늘 이야기한다”며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 동아리 선수를 육성하는 목적도 있지만, 협동과 배려로 올바른 인성과 사회성을 경험으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도솔초의 배구사랑은 결국 지난 8~9일 김천 실내 체육관에서 빛을 발휘했다. ‘2018 한국도로공사·KOVO컵 유소년배구대회’에 출전해 고학년 남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우승발표가 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6학년 아이들은 더욱 기뻐했다.
성은교 코치는 “아이들이 위기의 순간에 서로 격려하며 화이팅을 외칠때 울컥했다”며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중학교에 올라가는 6학년들을 어떻게 보낼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처럼 어릴 때부터 전문 지도자를 통해 제대로 기초를 닦아 놓으면 방과 후 운동만으로도 학교 선수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갖출 수 있다”며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힘을 합치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대전도솔초와 같은 학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