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드라마'가 성공 스토리가 됐어요"
"'망한 드라마'가 성공 스토리가 됐어요"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31] 청소년 작가 강채린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12.19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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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린 작가
강채린 작가

[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이 드라마는 망했으니 채널을 돌리세요.' 시집의 뒷 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이다. 아파서 들추고 싶지 않았던 소녀의 이야기 '망한 드라마'가 더욱 궁금해진다.

세상 사람들 중 나 자신만이 지워진 듯한 고독과 마주하며 불면의 밤을 글과 함께한 열여덟살 소녀 강채린의 이야기다. 아픔을 드러내 치유하는 방법을 택한 것일까? 나의 망한 삶을 궁금해달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올 초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강채린 작가의 마음을 전한다.

 

"혼자는 편하고 여럿은 재밌다"

만화, 마카롱, 책, 누워있기, 동물, 음악, 그림, 글…

강 작가는 우울할때면 위에 것들을 떠올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강 작가의 취향은 열여덟살 소녀감성이다.

강 작가는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속 마음을 밖으로 내비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생기면 몸이 바로 반응한다.

그래서 아픈 마음과 몸을 글로 다스렸다. 아플때면 글은 더욱 잘써진다고 한다. 이렇게 강 작가의 이야기는 2016년부터 쓰여지기 시작했다.

인간관계는 공부와 다르다. 공부는 더디더라도 조금씩 실력이 나아진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다. 애를 써도 엇나가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강 작가에게 학교라는 세상에서의 인간관계는 쉽지 않았다. 사람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 소녀에게 커다란 무게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담담하게 써내려간 강 작가의 이야기가 160페이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집 '망한 드라마'
시집 '망한 드라마'

태양

수평선에 환히 피다 죽는 꽃
너무 많은 물을 먹어서 썩어버렸다.

죽을 때야 붉은 새하얀 꽃
운몸에서 피를 토해 바다를 물들였다.

한나절을 보내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꽃

나의 세계는 어둠에 잠기고
그의 꽃말은 시작과 같은 뻔한 것일터.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기

강 작가는 올초 학교를 그만두고 4월 대전시꿈드림센터와 연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소극적인 성격을 개선하기 위약 4개월 간 직장체험을 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글도 쓰며 시간을 보냈다.

2년간 쓴 글들은 시집 ‘망한 드라마’로 새롭게 태어나 12월 15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다.

“제가 자발적으로 학교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헤맸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대전시꿈드림센터에 제 책의 수익금을 기부하고 싶습니다”

강채린 작가는 이날 판매된 시집의 수익금 전액을 대전시꿈드림센터에 기부했다.

좋아하는 것,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은 강 작가는 아무래도 이많은 것을 다 담기 위해 글을 쓰는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제 책이 저의 인생에 성공경험이 되기도 하거든요. 제 인생의 성과인 이 책으로 낸 수익금을 기부할 수 있는 날이 왔네요. 시집의 마지막 세 페이지가 나 자신에게 쓴 편지에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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