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특감반 압수수색, 보여주기용 안 된다
[사설] 청와대 특감반 압수수색, 보여주기용 안 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12.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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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6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을 압수수색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청와대 경내에 진입하지는 않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생산한 문건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작년 3월 24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위 의혹 수사 때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해 역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의 현금 수수 의혹을 보고했으나 조치가 되지 않고 되레 자신이 검찰 복귀 조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공사 사장 납품 특혜 의혹과 첩보보고서 목록 공개 등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김 수사관의 첩보 생산과 보고 및 처리 과정, 첩보의 내용을 둘러싼 청와대의 해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초기에 특감반원 전원을 복귀시킨다고 발표할 때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던 것부터 불신을 키웠다.

청와대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려”,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등의 강한 어조로 김 수사관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정치권에서 말꼬리 잡기식 공방을 촉발, 국민의 피로감만 더했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레토릭이 아니라 팩트다. 강제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수사결과로 응답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4명을 고발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에 따로따로 배당된 것을 두고서도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며 병합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검찰이 사건을 배당받은 지 닷새 만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 논란을 더는 장기화하지 않고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를 기대한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받기에 이른 상황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수사에 속도를 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조직적 행위를 했는지 국민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집권 3년 차를 앞둔 청와대도 공직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을 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수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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