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부부가 함께 달리는 ‘건강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부부가 함께 달리는 ‘건강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1.0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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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어릴때 운동회를 하면 빠지지 않는 종목이 ‘2인 3각’ 이었다. 선생님과 학생이 한 조를 이루어 팀을 짜서 달렸다. 둘다 잘 달리면 좋았지만 한 명이 못 달리면 어김 없이 꼴찌를 했다. 그렇다고 혼자 달릴 수도 없었다. 우리의 가정도 이와 같다. 가정의 단위는 부부이기 때문에 혼자서 달릴 수 없다. 나 혼자만 건강하다고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 가정이 노후 생활을 잘 하려면 2인 3각을 달리기 위해 부부의 체력, 건강, 수명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부부 수명이란 부부를 하나의 단위로 볼 때 부부 둘 중 한 명이 끝까지 생존하는 기간인데, 보통 부부는 아내의 수명이 남편보다 더 길다. 통상 아내가 7년을 더 산다고 하는데, 60세 부부의 기대수명을 30년 이라고 보면, 부부 모두 살아 있는 기간은 30년 중 19년이며, 나머지 11년은 홀로 사는 기간이다. 부부가 모두 함께 살아 있는 19년은, 부부 모두 건강한 기간 10년과 한 명 이상이 아픈 기간 9년으로 나누어진다. 결국, 60세 동갑 부부의 기대수명은 10년은 둘 다 건강하고, 9년은 한 명 이상이 몸이 불편하며, 나머지 11년은 배우자 없이 홀로 사는 기간이 된다.

이러한 남녀의 수명 특징을 감안하면 노후설계의 윤곽을 다음과 같이 그려야 한다. 첫째, 노후의 생애설계 기간은 부부 수명을 기준으로 해서 더 길게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자기 기대수명만 생각해서 생애설계를 짧게 잡는다. 아내의 기대수명까지 생각해서 길게 잡아야 할 뿐 아니라 부부의 기대수명을 생각하면 더 길게 잡아야 한다. 둘째, 남편은 75세 이전에 사망하는 비율이 여자보다 10% 포인트나 높아, 이 기간에 특별히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반면 아내는 건강하지 못한 기간이 많으므로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셋째, 부부 모두 건강한 기간이 길지 않다. 60세 부부는 10년인데, 이 기간을 충분히 즐겨야 한다. 이때를 넘기면 부부가 여생을 같이 즐기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 그리고 홀로 있을 10년도 준비해야 한다. 남편이 모두 준비해주지 않으므로 그 기간에 대해서는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아내는 당대를 마무리하는 책임을 싫든 좋든 떠안게 된다.

젊을 때 2인 3각으로 힘차게 달려오던 부부도 나이가 들면 힘이 약해진다. 다리가 엇갈리기도 하고 근육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 명이 아파 쉬기도 하면 결국엔 혼자 달려야 한다. 지금 건강할 때 부부들은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함께하는 시간도 많이 보내며 서로 사랑으로 하나가 되길 바란다. 노후의 생애설계는 부부의 2인 3각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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