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말도 안 되는 GP 철조망 선물용 둔갑
[충남시론] 말도 안 되는 GP 철조망 선물용 둔갑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1.02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본토 바로 앞 대만의 작은 섬 진먼은 고량주, 궁탕(과자의 일종)과 함께 ‘포탄칼’이 3대 지역 특산품이다. 그 가운데 가볍고 견고해 인기가 좋은 이 포탄칼은 양안 갈등 폭발 때 중국이 진먼섬을 향해 퍼부은 포탄을 주어 녹여 만든 것이다.

당시 중국군은 첫날 3만여 발, 보름간 47만여 발의 포탄을 진먼섬을 공격했다. 그 후 전쟁무기가 ‘평화의 기념품’으로 탄생된 셈이다.
독일도 냉전 해체와 함께 무너진 베를린장벽의 벽돌 조각이 독일에서도 ‘평화의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대결과 충돌의 흉기가 화해와 평화의 상징물로 변신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극적인 변화일수록 감흥도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남북은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GP(감시초소) 중 시범철수 대상에서 GP와 병력, 화기 철수등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GP 시범철수가 완료된 전방의 한 사단이 철수 잔해물인 GP 철조망 일부를 빼돌려 선물용으로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와 육군 등에 따르면 강원도의 육군 모 사단은 부대를 찾은 여당 국회의원 7명에게 GP 철조망 조각을 넣어 만든 액자를 선물했다.

액자에는 한반도 지도, 장병들의 경계 근무 모습 등을 배경으로 한 7cm 길이의 철조망을 넣어 제작했다.
액자는 사단장 아이디어로 제작됐다고 한다. 국방부는 GP 잔해물은 부대 역사관에 적재하고 임의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육군에 하달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육군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해당 부대가 착오로 제작해 증정한 것으로 잔해물 활용을 즉각 중지시켰다”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해당  여당 의원들도 즉각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국가안보의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지고 있다”며 “해체된 GP는 베를린 장벽과 같은 것이고 우리나라 안보를 상징하는 것인데 군 사단장이 액자를 만들어 여당 의원들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맹비난했다.

GP 철수 잔해물을 선물로 만든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선 안 된다. 최전방 지휘관이 설익은 평화무드에 도취돼 본분을 망각한 점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처럼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쏟으며 휘청거리는 듯한 군의 모습이 불안스럽다. 북쪽을 향해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할 사단장의 눈과 귀가 엉뚱하게도 정치권을 향해 있었던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최전방을 지키는 부대마저 경계심을 늦추고 있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대장 지시에 따라 철책선을 기념품처럼 포장한 장병들의 사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 등 화려한 이벤트들이 이어졌지만, 연말에 돌아본 대한민국 안보 상황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미 동맹은 안갯속이다.

동맹을 강조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와 주한미군 감축 위협으로 우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와중에 우리 정부는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보다 북한 지원에 연연하고 있어 안보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군은 안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군의 기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