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바람불어 좋은 날- 모네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바람불어 좋은 날- 모네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1.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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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써야 할 원고가 많아서, 그것도 꼭 써야해서 자칭 '강의하는 예술가'는 죽을맛입니다. 내 자유가 강제 글쓰기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영혼이 감옥에 갇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어져나가야만하는 must원고여서 정신이 피폐합니다. 그러나 그 폭포를 넘어 나는 용이 되어보려 합니다. 사람이 낫지 용이 되어서 뭐하겠다고 이러는지 웃음도 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나에게 선사한 것들을 말입니다.

밤을 새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재미없는 글입니다. 감정은 없고 냉철한 사고만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나는 감정이야말로 사람이 가진 최고의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이 언덕을 홀로 넘어야합니다.

며칠 전부터 그림 한 점이 그리워졌습니다. 오르쉐에 있는 여인입니다. 두 점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한동안 사람이 빠진 그림만 그리던 모네가 오랜만에 사람을 담았습니다.

두 점이나 붙어있는데 어째 그리다 만 것 같지요? 진한 색으로 두 단계는 더 마감을 해야 그림이 완성될것같지요? 마치 패티코트를 입고 아직 드레스를 안 입은 것처럼, 화장을 곱게 하고 립스틱을 안 바른 것처럼 심심한 그림입니다. 왜 완성도 없이 이렇게 그렸을까요? 비슷한 작품도 몇 점 있는 터라 그 완성도에 의문인 그림입니다. 뭘까요? 대가 모네의 작품이라서 닥치고 모네인 걸까요? 오르쉐가 그럴 리는 없지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바람'입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구름을 통해 날리는 옷자락과 이름 모를 풀들을 통해 모네는 바람을 그렸습니다. 형태에 집착하면 어느새 주인공은 사라지고 그리다 만 물감만 안쓰러워집니다. 모네는 나처럼 거리에 서기를 좋아했습니다. 폭풍우가 치면 화판을 땅 속에 묻고 작업을 했던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화판이 연처럼 날아가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습니다. 빛에 의해 달라지는 자연과 사람을 표현하고싶었던, 그래서 그 찰라의 순간을 현장에서 잡아내고 싶었던 화가는 그림자를 만나면서 완성기에 이릅니다. 어둠이 있어 빛의 부족함을 시시각각 보완해줬다고 할까요? 그렇게 찾아낸 트렌디한 사조가 인상파입니다. 그 순간을 잡기위해 초 스피드로 그림을 그렸던 모네였습니다.

이름없는 화가는 그림을 그려봐야 팔리지 않습니다. 저리 귀한 그림들이 그 때는 인정도 못 받고 빵값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러나 명확하고 화려한 그림이 인기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명확한 그림은 모네가 빵을 위해 그리고 그리다 만 것 같은 그림은 자신을 위해 그렸다는 말이있습니다.

그림 속의 여인은 두번째 부인 오슈데라고 말합니다. 오슈데와 살았던 시절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아이와 함께 있는 여인 그림은 첫번째 부인 카미유와 어린 아들 장 입니다. 자신의 모델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얻었고 둘째 아이를 낳고 병으로 떠나간 아내가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모든 그림의 주인공이 바람이지만 실루엣은 언제나 까미유를 닮아있습니다. 카미유의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가 모네의 사랑스러운 눈을 통해 정확하게 남았습니다.  추억이 바람 속에 있을 때 더 애틋한 법입니다. 

머리 속에 맴돌아 모네 사진을 찾아 적어봅니다. 창이라도 열어 바람을 맞으면 이 고통이 끝날까요? 연이은 원고의 열풍입니다.
모네 덕분에 내 맘속에도 잠시 환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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