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소모적 갈등 없어야
[사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소모적 갈등 없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9.0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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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내용이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31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정부의 로드맵대로 최임위를 구성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려면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그간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 위원 9명씩 27명이 이듬해 적용될 최저임금을 매년 7월까지 심의·의결해 8월 초 고시하는 체계였다.
개편안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면, 결정위가 그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게 했다.

구간설정위 전문가 위원은 노사단체의 직접 추천을 받거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다. 구간설정위가 주요 쟁점이다.
당장 노동계는 전문가 위원이 최저임금 구간을 제한하는 것은 노사 자율성 침해이며, 최저임금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반발한다.

객관적·합리적일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구간설정위 위원들이 각자의 추천권자인 노사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기존 최임위의 모습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기존 최임위의 공익위원도 전문가 집단이었지만, 단독 추천권자인 정부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공정성 시비를 겪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보완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현행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와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한다. 여기에 고용수준과 경제 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어떤 경제지표를 반영할지를 둘러싸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결정기준에 추가한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 국회에서 서둘러 논의돼야 한다.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이어지자 ‘2020년 내 1만 원 달성’ 공약을 지난해 접었다. 정부는 시행착오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은 만큼 이번에야말로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제대로 개편될 수 있도록 노사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최임위 구간설정위의 전문가 위원을 노사단체가 추천하게 하고 최임위 결정위의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와 노사에 개방한 것도 이런 노력으로 평가한다. 최저임금이 정치적 변수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경제 여건에 맞게 결정되게 하는 것이 결정체계 개편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 갈등을 막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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