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 경제칼럼] 새해엔 바뀌어야 한다. ‘자녀 경제학’ 이야기
[금진호 경제칼럼] 새해엔 바뀌어야 한다. ‘자녀 경제학’ 이야기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1.0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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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대전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지난주 부부의 경제 관념에 이은 새해의 두번째 이야기는 자녀에 대한 경제 관념이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저성장의 시대에선 돈을 아무리 잘 굴려도 연 5%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 자칫 잘못 투자했다가는 원금 손실을 입기 십상이어서 노후가 크게 불안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재테크 원칙은 ‘자산 불리기’가 아니라 ‘자산 지키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산을 잘 지키려면 무엇보다 근검절약 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절대 돈을 모을 수가 없다. 특히 한국인들은 자녀교육과 결혼식에 쓰는 엄청난 돈은 이미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런 식의 지출이 바뀌지 않으면 노후에 결국 ‘쪽박’을 차게 된다. ‘자녀가 노후 준비의 장애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양육비는 약 2억 3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녀가 2명이면 4억 6000만 원이 들어간다. 또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들의 결혼식에 쓰는 돈도 엄청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혼집 전세보증금 부담을 제외하고도 약 2000~8000만 원을 지출하며, 주택마련 비용을 포함할 경우에는 2~3억 원을 훌쩍 넘긴다. 집안이 넉넉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부모들의 노후자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노인들은 자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도 큰 문제없이 살아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선진국들의 연금제도가 우리나라보다 잘 만들어져 있는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는 데에 과잉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대학 등록금이 우리나라보다 2~4배가량 비싸 미국 학생들은 본인이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든지, 은행에서 학자금 융자를 받아 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리고 졸업 후엔 돈을 벌어 은행 빚을 갚아나가고, 결혼비용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은 물론이다. 유럽 국가들에선 대학 등록금이 거의 없는데다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곧바로 집에서 독립해 나가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대학 교육비 부담이 크지 않다.

자식 대학교육과 혼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진 돈을 다 써버리는 부모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하다. 노후생활을 곤궁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은퇴 후에 자녀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 대신, 자녀교육비와 혼사비용을 대폭 줄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자녀를 사랑하지만 자녀가 노후생활의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