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사설]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 충남일보
  • 승인 2019.01.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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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기를 지도한 전 대표팀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해 세인을 놀라게 했다. 고소장에는 그가 2014년 여름부터 조 전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은 당시 심 선수가 만 17살의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이같은 성폭행은 최근까지 계속됐으며, 국제대회를 전후로 집중 훈련을 하던 기간에도 피해를 봤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코치를 맡으며 상습 폭행과 함께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했고,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으면 내 말을 들으라는 식의 협박 때문에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며 고심 끝에 조 전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는 것이다.

조 전 코치 측 변호인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1월 훈련 중 심 선수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명의 다른 선수를 폭행해 기소돼 상습 폭행한 혐의(상습상해 등)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하여 폭행과 협박을 가함으로써 선수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해 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심 선수는 조 전 코치에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20일 남겨 놓고 주먹과 발로 신체 여러 부위를 집중적으로 맞아 뇌진탕을 입어 시합 도중 의식을 잃고 넘어져 꿈을 이루지도 못했다.
심 선수의 폭로는 파문은 일파만파가 됐다. 조 전 코치의 폭행과 함께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 코치와·선수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대한빙상연맹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폐쇄적인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 난 셈이다.

폭력에 노출된 선수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 메달밭으로 꼽히는 빙상계는 파벌의 정점에 위치한 코치들이 절대 권력을 가진 탓(?)으로 성적 지상주의를 바탕으로 한 체벌이 암묵적으로 허용된 듯하다.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지도자로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 선수의 상황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가족에게조차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이는 빙상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체육계 전반에 만연한 병폐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성폭행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차제에 체육계에 성폭력이 발붙일 수 없도록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