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 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깊은 사색
풍경속 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깊은 사색
서양화가 채영진 24일부터 대전 이공갤러리서 개인전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1.1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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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진 - Collision, 60.6 x 72.7(cm), oil on canvas, 2018
채영진 - Collision, 60.6 x 72.7(cm), oil on canvas, 2018

[충남일보 홍석원 기자] 화가의 작업실은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이다. 작가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익명의 상태로 숨어 있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런데 왜 심리를 숨기려 할까. 그의 그림에서 풍경 속에 심리를 숨기려 하는 태도는 분명 어떤 감정을 드러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포착해야 할 것은 어쩌면 일그러진 붓질에 단서가 있지는 않을까.

서양화가 채영진의 개인전이 24일부터 31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재중 남자의 뜰채에 담긴 것’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캔버스에 어디인지 모를 풍경들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제시되어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캔버스의 표면을 살펴보면 더 이상 풍경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는 붓질로 이루어진 색, 면들과 마주하게 된다. 당신이 그림 앞에서 무엇인가 발견하려 의구심을 갖고 이미지를 추적한다면 공간위에 일그러진 붓질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몇몇 그림들은 오히려 풍경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제스처가 화면을 압도하며 존재한다. 마치 심리적 형태가 가까스로 풍경의 형상을 유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형상으로 번역되지 못한 기류, 해소 되지 못한 심리는 풍경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의 풍경은 말이나 형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의 정체를 가리키는 동시에 그것의 정체를 감춰주는 이중의 역할을 한다.

‘반딧불이’(2018)의 경우 제목을 읽지 않고 작품을 보았다면, 뚜렷한 형상이 없는 추상화의 영역에서 읽힐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거친 붓질과 어두운 초록색 면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어떤 형상들만 보일 뿐 이다.

그림을 오래 들여다봐야 서서히 숲, 현수막, 강가, 반딧불이의 형상이 드러난다. 좀 더 요소들을 연결시켜 바라보니 그제야 그가 그린 이미지가 어느 강가에 있는 밤의 숲속에서 반딧불이가 유유히 날아다니는 순간임을 느낀다. 그리고 어디선가 어렴풋이 비슷한 풍경을 보았음을 지각하게 된다.

추상적 영역에서 읽혀진 작품이 무엇인가를 지칭하는 구체적 대상으로 변환되어 보여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는 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특이점으로 그림을 그릴 때 시각 뿐 만 아니라 지각 또한 주요한 감각기관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그림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언어로 설명하려는 접근보다 순수한 시각과 지각적 접근인 ‘들여 보기’를 권한다. 그의 작품은 눈길을 거둘 때 즈음 속에서 묘한 울림을 준다.

채영진은 “자신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작업에서 어떠한 강요적 발언이나 고정된 이야기를 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채영진은 목원대 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현재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에 재학하고 있다.

채영진 - 기다림, 193.9x259.1cm, oil on canvas, 2018
채영진 - 기다림, 193.9x259.1cm, oil on canvas, 2018
채영진 - 남겨진 감각, 193.9 x 518.2(cm), oil on canvas, 2018
채영진 - 남겨진 감각, 193.9 x 518.2(cm), oil on canva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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