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느낌가는 대로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느낌가는 대로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1.15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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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형체는 없어진다. 그럼에도 경험치가 있으니 어찌어찌 헤쳐나간다. 뙤약볕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터널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할까? 

안보이지만 우리몸은 안보인다고 인식하지않고 대응한다. 그러고보면 참 잘만들어진 물건이 사람이다. 

빛에 의해서 변형되는 형태를 고집스럽게 담아낸 화가가 모네였다. 그림밖에 모르는 바보는 평생 그림을그렸다. 전쟁이 막끝나고 마네의 조언으로 아르장퇴유에 정착했다. 강을끼고 기차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신흥공단이었다. 

그림만 잘하는 화가는 화폭에 아르장퇴유와 사랑하는 가족을 담았다. 명확하고 아카데믹한 그림을 사랑하는 파리에서는 이단아였다. 그러나 자연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캔버스라고 여긴 모네는 시시각각 자연이 보여주는 만큼만그리겠다고 다짐했다. 날이 밝은날 직접 들판에 나가 순식간에 그림을 그렸다. 그래야만 그 오후의 인상을 온전히 담을 수 있기때문이었다.

그래서 모네의 그림은 스케치가없다. 스케치할 시간을 오후햇살은 허락하지않고 저버리기 때문이다. 스케치가 없이 그려진 그림이 저렇게 조화롭기도 쉽지않다. 모네를 인상파라고 불러준 사람은 모네의 첫 출품전시회에 참가한 예술평론가 '루이 루르아' 였다. '지들이 본 인상대로 그려서 도대체 뭘그린지 모르겠다'고 평가했고 

그 비난이 새롭게 일어난 이단아들의 이름이 되어주었다. 'Impressionist' 이렇게 시작한 인상파의 아버지뻘이 모네였다. 

다른 시도조차 하지않고 오로지 한길만걸었던 인상파 화가였다. 이사를 가서 그림대상과 장소가 바뀌는것 말고는 죽을때까지 한결같은 자신의 인상에 포착된 그림을 그렸다. 

말년에는 백내장으로 색조차도 구분을 못했지만 빛이 강하면 모든 물체는 색을 잃기때문에 상관도 없다며 작업에 매진한다. 그의 그림은 어느 미술관에서나 존재감이있다. 멀이서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따뜻한 깊이감이있다. 저 멀리 양귀비 꽃밭에 아이와 엄마가있다.

1873년 그 시절 모네의 까미유와 장이었다. 그들은 모네에게로 다가오고있다. 말그대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양떼구름은 바람을 타고일렁인다. 나무도 손짓하고 풀들도 존재감이있다. 나도 반가워 급하게 다가가면 그림은 없다. 인상파의 그림은 다가가면 장난스럽다. 붓으로 턱턱 찍어발라서 꽃도 사람도 표정도없다. 사람을 당황시켜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리다말고 팔아먹었을까? 

화가나서 돌아사서다가 다시 돌아보면 까미유와 장이 웃으며 바람부는 들판에서 나에게 걸어온다. 

이건 뭔가 싶어 다시 돌아가면 그림은 역시 형편없다. 가까이 보면 추상 멀리서보면 극사실주의를 표방하는 그림이 인상파였다. 사팔이가되어야 보이는 매직아이보다 더 충격적인 인상파의 그림은 인기가 많았다. 일석이조의 효과가있다고한까. 

그림은 첫방에 뭘 그린건지 알아버리면 금방질린다. 이발소그림이라고한다. 하지만 추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못하기 때문에 질리기어렵다. 그저 나만 바보라서안보이나 싶어 화가날 뿐이다. 

그러나 인상파의 그림은 멀리서 보면 나도 보이는 구상그림이고 가까이 가서 보면 저건뭔가싶은 반추상의 그림이어서 성과속을 제대로 가로지르고 있다. 한마디로 좋아하는사람이 많다는것이다. 인상파그림은 코앞에서 보는것이 아니다. 멀찍이 떨어졌다가 다시다가가고 다시 다가갔다가 멀찍이 물러나야 제대로 보이는 그림이다. '가까이보면비극 멀리보면희극' 이라고하면 맞겠다. 

이제는 너무나 구태의연하여 들어도 감흥이 없는 말이지만 담고있는 의미는 참 적당하다. 사람인생을 두고 하는 말중에 저렇게 관통한말도 드물다. 인상파가 그렇다. 오늘도 비극속으로 걸어들어가보자. 

#일체유심조 #오체불만족 #수처작주隨處作主 #아르장퇴유부근의개양귀비꽃 #모네그림 #까미유와 장 #그리면서 지도 몰랐을분위기 #사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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