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백서 북한, 주적 표현 삭제 논란
[사설] 국방백서 북한, 주적 표현 삭제 논란
  • 충남일보
  • 승인 2019.01.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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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시켰다.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대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표기했기 때문에 안보에는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을 특정하지 않은 채 우리에 대한 위협·침해 세력을 포괄적으로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적’ 표현 삭제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등 남북관계의 급속한 변화를 반영한 조치로 평가된다.

판문점 선언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약속해 놓고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적대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현실에서 적대상태가 존재하는 것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적대상태가 존재한다 해서 상대방을 반드시 적으로 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신뢰를 쌓자는 마당에 상대방을 ‘적’ 이라고 공언하는 것은 아예 대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북한 군은 우리 군과 대치 관계에 있지만 동시에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교류·협력할 대상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이번 국방백서로 우리 군의 주적관을 애매모호하게 흐려놓았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당면한 과제지만, 현존하는 북한의 대규모 군사력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는 엄연한 핵심 위협이다. 애초 이런 이중적 특수관계에 있는 상대를 ‘적’으로 명시한 것부터가 합당한 판단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방백서의 ‘적’ 표현 명기는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상을 반영했다. 1994년 북한이 ‘서울 불바다’ 협박 발언으로 ‘주적’ 개념이 등장했으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대체됐다. 그러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뒤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 했다.

하지만 남북 간의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적’이라는 표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국방부도 군의 경계완화 우려를 의식해 백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안보의 마지막 보루로서 군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길을 걷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관계를 대하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에 소모적 논쟁은 없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군은 ‘정치적 이해’보다는 적과 동맹에 대한 단호한 인식은 물론 확고한 유사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국방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결연히 대비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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