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에서 조합장으로… 작지만 큰 봉사 펼칠 것”
“구청장에서 조합장으로… 작지만 큰 봉사 펼칠 것”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54] 박수범 전 대덕구청장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9.01.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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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이호영 기자] “구청장을 그만두고 가장 좋은 점이요? 내게도 휴일이 생겼다는 것이겠죠.(웃음) 돌이켜보면 20년 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1년 365일 하루도 마음 편히 쉴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이제야 휴식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산악회도 나가고, 집에서 요리도 하고, 아내와 함께 근처 공원에 산책도 나가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새롭습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 박수범 전 대덕구청장. 29일 충남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충북 옥천 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40여 년을 대덕구에 터 잡고 재선 구의원을 거쳐 대전시의원, 구청장까지 숨 가쁘게 지내온 나날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반추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갑자기 지역 조합장으로의 깜짝 변신을 선언했다. 올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대덕구 회덕농협 조합장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구청장까지 한 사람이 격에 안 맞게 왜 조그만 농협의 조합장을 하려고 하느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평생 해왔던 일이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었고, 봉사를 하는데 어떻게 자리의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주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 드리고, 지역을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오랜 고민 끝에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정치인이자 행정가에서 농민을 위한 조합장으로 아름다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박 전 청장을 만나 아직 꺼내지 않았던 가슴 속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정치를 그만두고 조합장에 나서게 된 배경이 뭔가.

20여 년 간 지방자치를 위해 봉사를 해왔고, 그동안 대덕구 발전을 위해 나름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지난 지방선거를 끝으로 이제는 정치를 그만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그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아깝지 않느냐’며 조합장으로 지역을 위해 좀 더 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기초단체장 경험을 농협과 조합원들을 위해 쓴다면 그것도 보람이 있겠다 싶어 출마를 결심했다.

특히 회덕농협은 자산규모 1조 4000억 원의 대전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조직임에도 많은 문제와 현안들을 안고 있다. 규모가 작은 시골농협은 누가 조합장을 해도 되지만, 도시농협은 좀 더 체계적인 조직관리와 운영이 필요하다. 19만 대덕구 살림을 도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 구청장 하던 사람이 왜 조합장까지 하려고 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을 텐데.

물론 만류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아직 나이도 있고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이 아깝다는 얘기가 많았다. 사회적 지위가 내려간다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 구청장 안 나가면 시골로 가서 이장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은 행복의 척도가 아니고 타인의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삶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돌이켜보면 오히려 구청장을 할 때 개인적으로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 정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재선이 됐다면 그동안 계획하고 추진했던 대덕구 발전사업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안 된 점은 안타깝다. 하지만 후임 구청장이 잘 이어가 결실을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선거기간 야구장 유치를 공약했는데 현재 구에서 잘 추진하고 있고, 연축지구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임 중에도 충청권 광역철도, 국방신뢰성센터, 신탄진 도시재생 뉴딜사업, 송촌지역 공영주차장 지하화, 효자지구 개발계획 수립 등 나름 많은 성과를 거뒀다. 기초는 다 만들어졌으니 결실을 만들어는 일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 조합장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그동안 농협은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임직원을 위한,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는데 이제는 설립 취지에 맞게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물론 경영을 위해 신용사업이 중요하지만 농협의 근간인 농민을 도외시하는 것은 안 된다. 특히 본점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업소와 영농회, 부녀회 등 기본 조직을 활성화해야 조합원들이 기를 펴고 활동할 수 있다.

자산규모가 1조 4000억 원이면 주먹구구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조합장이 되면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5개년 계획과 같은 세부 전략을 세울 것이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농협으로 탈바꿈 시키고 조합원들에 실익이 돌아가도록 내실을 키울 것이다. 그러려면 투명경영과 공정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농협이 있는 이유 아니겠나.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저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일했듯 조합장에 당선된다면 인생의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조합원들과 애환을 같이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