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존엄사법 시행 1년… 인프라 확충 노력해야
[사설] 존엄사법 시행 1년… 인프라 확충 노력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9.01.30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른바 ‘존엄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작년 2월 4일 시행된 이후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5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연명 치료는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부착·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를 말한다.
존엄사법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여 다행이다.

이 법률 시행 전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존엄사법 시행은 ‘웰다잉’의 출발점으로 높게 평가될만하다.

특히 3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존엄사법 개정안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연명 의료 행위를 중단하고자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을 기존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축소했는데, 이 또한 큰 진전에 해당한다. 지금은 배우자와 자녀·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3월 말부터는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승낙을 얻으면 된다.

존엄사법 시행으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기초가 마련됐지만 개선할 부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해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들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호스피스 병동의 확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연명 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병원 윤리위원회가 환자 사망이 임박했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런 위원회가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상급종합병원 모두가 윤리위를 갖고 있지만, 종합병원은 31%, 병원급은 0.6%, 요양병원은 1.4%만이 설치하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본인이 미리 하는 것보다는 가족이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본인이 사전에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놨다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자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상당히 드물다고 한다. 많은 환자가 본인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웰다잉을 위해서는 법률뿐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과 해당 인프라가 동반돼야 한다. 단숨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가야 한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죽음을 품격있게 맞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열린 자세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