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쓰레기를 수출한 배짱, 나라까지 망신
[충남시론] 쓰레기를 수출한 배짱, 나라까지 망신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2.13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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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수출됐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석달여 만에 경기도 평택항으로 반송되어 왔다.

되돌아 온 폐기물은 컨테이너 속에 1200톤의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글 상표가 또렷이 적힌 이 쓰레기는 필리핀에서 반송 통보와 함께 평택항으로 돌아왔다.

환경부가 현장조사를 한 결과 예상대로 플라스틱 재활용 폐기물이라던 것과는 달리 온갖 쓰레기로 뒤섞여 있었다.
게다가 필리핀으로 쓰레기를 수출한 업체는 연락이 끊겨 환경부와 지자체가 처리를 놓고 곤욕을 치루고 있다. 한 눈에 보아도 재활용은 불가능해 환경부가 일단 소각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수억 원에 이르는 처리비용을 누가 대느냐는 것이다.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를 승인한 평택시에게 책임을 따지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 주체가 평택시로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택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처리대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정부가 일단 나서야 한다고 떠넘기고 있다. 

전국에서 모아진 폐기물이기에 국가 차원에서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국비 처리) 100% 처리를 요구하고 나서 한국으로 반송해 온 폐기물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평택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필리핀에는 남아 있는 5000t의 폐기물도 조만간 국내로 반송되어 올 것인데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책임 한계를 놓고 환경부는 통관이 허가된 배경은 관세청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관세청도 발뺌을 하고 있다.
환경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 부처인 환경부가 차관급 수장을 둔 관세청에 원인 파악을 해 보라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쓰레기 처리대란은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뒤늦게 환경부는 국내 폐플라스틱 수출신고업체 100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한편 평택세관과 합동으로 국내 반입된 컨테이너 중 일부 물량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실망스런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에 10억원 가량의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모르쇠다.

폐기물을 소각할지 아니면 재활용할지 처리방식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폐기물 처리업무를 공공기관이 맡을지 민간에 위탁할지 기준도 정해진 바 없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 졌다지만 헐값에 폐기물을 불법 수출했다는   씻을 수 없는 나라 망신을 당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외국으로 보내지는 이유는 국내에서 처리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부터는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폐기물을 동남아시아 쪽으로 보내기 시작됐다.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선 폐기물 재활용 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 방법은 정부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책임감을 갖고 생산량을 강력하게 규제하여 소비량을 줄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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