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과신하는 고령운전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
[충남시론] 과신하는 고령운전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2.20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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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의 이름이 새해가 시작되면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그는 97세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일상을 보냈는데 운전 미숙으로 생각지도 않게 큰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후 이틀 만에 필립 공은 다시 운전한 것이 세상에 알려졌고 비판 여론 속에 결국 그는 오랜 세월 품고 있던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 했다.
이 일로 영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고령 운전자의 안전 운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90대 고령 운전자가 몰던 SUV 차량에 치인 30대 여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나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

고령 운전자의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는 비고령자에 비해 두 배나 느린 1.4초로 나온 실험 결과도 있다. 제동 거리 반응도 30~50대 운전자에 비해 2배가량 길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올해부터 도로교통법을 개정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였고, 적성검사와 함께 교통안전교육(2시간)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이런 조치는 고령운전자의 사고예방 차원에서 대안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령운전자가 스스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토록 유도하려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실적은 1만1300명이나 됐다. 갈수록 운전하기가 불안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이라고 운전에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란도 뜨겁다.

나이를 이유로 운전을 막을 수 없고 몇 살부터 고령운전자라고 제한할지도 애매하다. 오히려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 운전자를 위한 도로표지판 크기와 밝기 등 세심한 관련 대책이 아쉬운 현실이다.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자신을 과신하는 노인이 많아지는 시대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머리가 희끗한 택시기사를 자주 만나게 된다.
우리도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전국 택시기사 약 27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7만2800명으로 27%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가운데 80대가 533명, 90대도 237명이나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택시기사의 연령 제한은 없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일정 연령 이상의 택시기사는 주기적으로 의료 검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하면 운전을 못하도록 됐다.

우리는 최근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상으로 유례없이 빨리 진행되고 있어 고령운전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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