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첫 여성 부이사관 “공직 31년... 남은 시간 더 열심히 일할 것”
천안시 첫 여성 부이사관 “공직 31년... 남은 시간 더 열심히 일할 것”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67] 박미숙 천안시 복지문화국장
  • 김형태 기자
  • 승인 2019.02.24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미숙 천안시 복지문화국장./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박미숙 천안시 복지문화국장./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공직생활 31년, 힘든 고비마다 가족과 동료들이 응원과 격려로 함께했어요. 얼마나 감사해요.”

천안시청 8층 복지문화국장실을 가면 박미숙(60·여) 국장이 시정을 보는 복지, 여성, 노인, 문화관광·예술, 체육, 교육청소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사계절 가리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늦은 기간까지 업무보고 또는 결재가 필요한 공무원들, 민원 상담이 필요한 각계각층 민간단체 대표들, 실무 전문가인 각 분야 전공 교수들, 취재가 필요한 언론인 등 여러 손님으로 늘 붐빈다. 

박 국장은 “감사한 것은 항시 사람이 있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함에도 그걸 다 감내하면서 오시고, 꾸준히 방문하는 손님들은 행여 사무실외 업무에 방해될까 여러 걱정을 더해 어서 가셔서 일보시라고까지 해주신다”고 말했다.

박미숙 국장이 천안시종합사회복지관 개관 추진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천안시청 복지문화국장실에는 늘 사람이 붐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박미숙 국장이 천안시종합사회복지관 개관 추진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천안시청 복지문화국장실에는 늘 사람이 붐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지금은 많은 손님으로 가득한 사무실에서 박 국장은 공무원을 시작하게 된 31년 전을 돌아본다. 경남 거창여고와 경상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8년 3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천안시 7급 별정직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젊은 시절 여성인권 향상과 어려운 여성보호를 위한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공직에 발을 디디게 됐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그렇게 매일을 주말도 없었고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은 야근과 주말 없음을 반복한 게 31년. 그 시간만큼 박 국장에게 천안시청은 오랜 추억이 묻어있다.

1990년대에는 가정폭력여성을 도와 남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해주고 딸은 취업을 아들은 전학을 하게 해줬던 일이 있었다며 기억을 꺼냈다. 그때는 가정폭력이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않던 시기라 관계기관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더군다나 대구에서 무작정 기차를 타고 도망하던 중 천안에서 내려 시청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으니 오죽했겠느냐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여성장애인 연대를 만들어 중증여성장애인과 제주도로 견학 갔던 일이다. 당시 근육이 굳어가는 장애인을 만났는데 죽기 전에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는 것이 꿈이라 했다. 해서 휠체어에 의지한 채 길을 나선 장애여성들과 제주도로 갔고, 용두암 바다를 보고 한없이 울던 한 여성장애인과 40년 만에 외출했다며 감격해하던 다른 여성장애인들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성장애인 중 손에 힘이 없어 아이를 안을 때면 바닥에 떨어뜨려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었는데, 이때 육아활동보조 사업으로 지원할 수 있었고 그 아이가 지금은 중학생이 됐다며 소식을 전해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해 박미숙 국장이 폭염속 독거노인 피해예방을 위해 긴급 대책회의를 주관하는 모습.
지난해 박미숙 국장이 폭염속 독거노인 피해예방을 위해 긴급 대책회의를 주관하는 모습.

이외 천안시에서 전국 최초 여성장애인 활동보조사업 추진한 것, 시비로 병원 외출 도움·가사도움·육아도움 등 지원한 것, 2017년에 U-20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고 전석 매진됐던 경험 등을 소개했다. 월드컵 경기 준비과정에서 홍보 등 많은 준비를 했고, 대한축구협회와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기까지 했다고. 그는 전석이 매진되고 주변 식당들이 꽉 들어찬 모습을 봤을 때 힘들었던 준비과정을 보상 받는 기분마저 들었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박 국장은 “열심히 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그동안 같이 근무하면서 도와줬던 동료, 직원 여러분들 덕분이고 단체와 기관들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공직에 있으면서 무슨 일이든 진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과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일을 했다. 또 첫 번째 ‘사심을 버리자’ 두 번째 ‘복잡할 때 최선의 방법은 정면돌파다’라는 나름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   

그는 이번에 승진하면서 타이틀이 많이 생겼다. 전국 최초 사회복지공무원 부이사관, 천안시 첫 여성부이사관, 충청남도 공직 역사를 통틀어 세 명뿐인 3급 고위공무원 등이다. 그래서인지 막중한 책임감은 물론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잘해내야 된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하지만 박 국장은 마음 한편이 무겁다. 먼저 승진한 것 때문에 스스로 운이 좋아서 3급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4급 서기관 국장님들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일에 감사와 보람 그리고 미안함을 느낀다는 박미숙 국장. 그러나 그가 공직생활을 하며 걸어온 길은 순탄함만 있지는 않았다.

예전 막내딸이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철봉에 부딪혀 쌍코피가 났다고 했는데도 못 갔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종종 말하는 막내딸은 울먹임을 섞어 말해 가슴이 미어지다고. 박 국장은 “당시 너무 바빠서 소풍도 졸업식도 못 가봤다”면서 “가족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박미숙 국장(오른쪽)이 대한민국축제콘텐츠 시상식에서 천안시 대표로 참여해 대상 수상 받는 모습.
박미숙 국장(오른쪽)이 대한민국축제콘텐츠 시상식에서 천안시 대표로 참여해 대상 수상 받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좋다는 그는 공직자가 결정한 정책이 시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더 말하자면 내가 직접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지원할 수 있고, 문화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해 시민 건강을 증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어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

“이번에 3급 여성부이사관으로 발표 후 지인과 동료들로부터 들은 말은 ‘역시’, ‘열정의 결과다’, ‘추진력 짱, 승진도 짱’,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결국 좋은 결과를 냈다’ 등 입니다. 저 스스로 자격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동료들은 여전했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서 조심스레 입을 뗐다. 당장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그에 비례하듯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것, 절대 혼자 잘될 수 없고 조직이 일을 하는 것이니 협력과 조정을 등한시 하지 말 것, 직원들 간에 서로 격려해주고 지지해 주면서 상생하는 법을 배울 것 등을 당부했다.    

개인적으로 구본영 시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2016년 4급 승진과 함께 장기교육을 가게된 건 내 인생에 있어 쉼표 같은 시간이다. 그 당시 나보다 더 능력 있는 5급 공무원이 많았다. 특히나 사회복지 계열에서 5급이었던 나를 선택하신 시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3급 승진도 할 수 있었다. 

내게 남은 공직자의 시간은 수개월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우선 당면사항인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멋지게 성공적으로 치르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천안에 유치하는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박미숙 복지문화국장은 “원래 내가 일복이 많다. 공로연수 들어갈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공직생활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뜨겁기만 한 열정을 내비쳤다.

모든 일에 늘 감사하다는 박 국장. 그는 지금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