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 외면한 한국당 전대 레이스
[사설] 기대 외면한 한국당 전대 레이스
  • 충남일보
  • 승인 2019.02.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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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TV 토론과 합동연설회에서 보여준 행태는 마지막까지 실망을 안겼다.
당권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탄핵, 5·18 등 과거 이슈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퇴행적 모습을 보였다. 당권 잡기만을 지상목표로 삼고 선명성 경쟁에 올인하느라 일반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는 언행까지 감행했다.

23일 온라인 투표를 시작으로 전대 당일까지 투표가 이어지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 민심을 모으고 정권을 창출할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막바지 TV 토론회에서 불거진 최순실 태블릿PC와 탄핵 타당성 논쟁은 냉소를 키웠다. 당 대표 후보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1일 토론회에서 태블릿PC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관련,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토대로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작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최순실의 태블릿PC는 검찰 수사와 1심 판결에서 조작되지 않았고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났다.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법조인 출신인 황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수준을 넘어 충격적이다. 그는 지난 19일에는 “박 전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다”며 “탄핵이 타당했던 것인지에 동의할 수 없다”며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7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한 한국당은 이번 전대를 계기로 재도약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상당수 당권 주자들이 불출마한 데 이어 출마한 후보 3명은 계파 가르기에만 몰두했다.

5·18 망언 관련 의원들에 대한 조치 과정에서 우왕좌왕한 데 이어 합동연설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태극기 부대의 행태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방치한 지도부의 수준은 한심스러웠다.

한국당 전대 레이스는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건강하고 개혁적인 보수의 입장에서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비판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미래 비전을 보고 싶었던 민심을 외면했다. 이미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과 태극기 부대의 그림자가 전대 레이스를 뒤덮었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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