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가동연한’ 연장 판결에 대비해라
[사설] ‘노동가동연한’ 연장 판결에 대비해라
  • 충남일보
  • 승인 2019.02.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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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최종 연령, 즉 ‘노동가동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영장에서 4살짜리 아이가 익사 사고가 발생하자 운영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사람의 노동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해 30년간 유지해 왔다. 재판부는 “우리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제반 사정이 현저히 변했다”며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평균 82.7세로 1990년보다 10년 이상 올랐고, 60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 비율도 39.3%에 이르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현행 노동가동연한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 들였다.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이해되지만 노동가동연한 상향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이번 판례가 노동계와 산업계는 물론 일상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현재 65세부터 받고 있는 기초연금부터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199종의 복지제도 수급 기준 조정 논의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은 높다. 그래서 벌써부터 체감되는 변화는 이것 뿐만이 아니고 보험료 상승등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현행 ‘60세 이상’인 법정 정년 연장 논의의 불씨도 댕겨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로 육체노동 시장에서의 고령 인구 비중이 크게 증가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평균수명 증가와 법정 정년 연장, 국민연금 수급개시 시기도 근거로 제시됐다. 판결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노동 가동 연한을 65세 이상으로 상향하고 있는 외국 법원의 판결사례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법정 정년이 65세이고, 독일은 67세로 상향 조정된바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자칫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 개진과 토론을 충분히 거쳐 합리적 방법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특히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년 연장과 노인 연령 조정 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 초고령사회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고령사회가 몰고 올 변화는 하나같이 민감하고 폭발력이 큰 사안들이다. 우리 사회에 미칠 장단기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번 판결로 본격적인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회도 차분하게 입법 보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초고령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사회적 갈등과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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