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설립... 만학도들 한 풀어"
"대전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설립... 만학도들 한 풀어"
[충남일보가 만난 사람-69] 이상현 늘봄 학당 운영위원장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9.02.26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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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늘봄 학당 운영위원장

[충남일보 강주희 기자] 어느덧 대전예지중고 만학도들이 거리로 나온지 3년이 됐다. 사실 2016년 2월 '갑질 교장과 이사진의 퇴진'을 촉구하는 첫 집회가 열릴 때만 해도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대전예지중고등학교는 학내 문제로 최근 수년째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계속된 학사 파행으로 젊은 시절에도 정규교육 과정을 놓쳐 늦깎이 학업에 뛰어든 만학도들은 끊임없이 학습권을 위협받아왔다.

하지만 '갑질 교장과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이 긴 싸움은 대전예지중고의 신입생 모집 중지와 보조금 지원 중단, 시립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설립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2016년 3월 입학과 동시에 총동문회 부회장, 시립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설립 추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만학도들을 대변해 온 이상현 늘봄 학당 운영위원장을 만나 지난 3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상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3월이면 만학도들의 거리로 나온지 3년째다. 지난 3년 되돌아보면 어떤가.

2016년 3월에 입학했을 당시 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재단의 문제점이 너무 심각해 집회에 동참하게 됐다.

사태가 사상 초유의 수업거부까지 이어지는 등 일이 커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평균나이 65세 이상인 학생들의 건강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간의 갈등이었다. 또한 교장과 교사가 학생을 형사고발하는 충격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학생 70~80명이 업무방해와 폭행 등으로 벌금을 내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직도 진행중인 건도 있는 것으로 안다.

- 지난 3년간의 투쟁으로 얻은 최고의 결실은.

시립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립을 이끌어낸 것을 가장 보람되게 생각한다.

시립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설립 요구 당시 시작한 분들은 사실 본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여한 만학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충청권 유일의 학력인정시설인 대전예지중고의 수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미래의 후배들이 자신들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까봐 싸워 온 것이다.

지난 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 중 하나가 ‘학교정상화’ 였다. 시립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 설립되면 학생도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예지재단도 학교정상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예지중고가 지금과 다른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또한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당국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늘봄학당이 개원했던데

지난 1월 말부터 총학생회와 동문회를 중심으로 유성구에 660㎡ 규모의 배움터(늘봄학당)를 마련하고 25일 개원식을 했다.

재학생의 지인이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했고 인근 초등학교에서 교체되는 책걸상을 받았다. 또한 동문회에서도 수업용 노트북 20대를 기증했다. 수업은 재단으로부터 직위 해제당한 19명의 교사가 자원봉사로 진행할 예정이다.

학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교양과정 등으로 편성된 주·야 총 9개 학급에 160여명의 만학도가 이미 수강신청을 마친 상태다.

이들중에는 일부 졸업생들도 있다. 대전예지중고에서 학력을 인정 받았지만 3년간의 투쟁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교양과정에 등록했다. 개원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인근 주민들도 있다. 이 분들도 함께 공부할 예정이다.

만학도들은 대전시와 교육청의 내년 3월 '공공형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 개교 전까지 배움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한다.

늘봄학당의 운영 위원장을 맡았다. 학당 운영을 위한 재원 조달에 힘쓰는 것은 물론 대전예지중고와는 다른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예지 만학도는 오직 마음 편히 배우고 싶을 뿐이다. 졸업장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곳에서 그동안 못했던 학습을 보충하고, 내년에 공공형 학력 인정학교가 개교하면 모두 함께 입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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