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치유·국민 통합’ 방점 찍은 3·1절 특사
[사설] ‘갈등 치유·국민 통합’ 방점 찍은 3·1절 특사
  • 충남일보
  • 승인 2019.02.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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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37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26일 단행했다. 6444명을 사면한 2017년 12월 29일 첫 특사와 마찬가지로 서민·생계형 일반 형사범, 즉 ‘민생 사범’ 위주 사면이라는 기조가 유지됐다.
사면대상에 7대 시국 집회 관련자 107명이 포함돼 시국 사범 비율이 약간 늘어난 정도다.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사범은 사면하지 않는다는 공약도 지켜졌다.

3·1운동 100주년에 맞춘 이번 특사에서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3·1 운동의 대통합 정신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줄곧 특사 대상으로 거명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정치인들이 제외된 것이 대표적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인도 모두 배제됐다.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관련 사범도 일괄 제외됐다.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에 방점을 두고, 이념 논쟁이나 편 가르기를 촉발할 불씨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7대 집회 사범 특사를 보는 시선은 엇갈릴 수 있다.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쌍용차 점거 파업 관련 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를 ‘사회적 갈등사건 관련자’로 분류해 사면·복권했다.

화염병 투척이나 강력한 폭력 시위로 남에게 상해를 입힌 사람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 위법 행위를 한 시위 관련자를 사면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당연히 나온다.
그러나 국민통합을 위해 갈등사건 관련자를 사면하되, 대상자를 신중히 가려낸 것이라면 무조건 ‘코드 사면’이라고 몰아붙일 일만은 아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역할을 했다는 소식은 바람직하다. 운영 11년째인 사면심사위는 현 정부 첫 특사에 이어 이번 특사에서도 미성년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4명을 특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 목소리를 냈다.

사면권은 헌법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준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제왕적 방식으로, 밀실에서, 자의적으로 작동됐다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민관 합동기구인 사면심사위의 견제와 조언으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사면기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이에 근거한 사면이 국민통합의 계기로 자리 잡는 선순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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