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오늘도 기적은 일어나는가?
[양형주 칼럼] 오늘도 기적은 일어나는가?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3.0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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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험론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은 기적을 가리켜 자연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자연법은 위반될 수 없는 원리라고 말한 바 있다. 자연법은 위반될 수 없는 원리이기에, 자연법을 벗어나는 사건은 일어날 수 없고, 그러니 마땅히 기적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흄의 기적에 대한 주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자연법은 위반될 수 없고 자연법을 위반하는 어떤 기적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 우리가 일어나는 일상사에 자연법을 거스르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 된다.

어떤 일이든지 사건은 자연법 체계 내에서만 일어나야지, 다른 힘이나 법칙의 간섭으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철학적으로 이런 주장을 순환논리라고 한다.
흄의 주장에 따르면 물컵은 땅에 떨어져야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격이 있는 사람은 종종 이런 자연법칙을 거슬러 컵을 집어 올린다.

이것은 자연법칙에 개입하는 또 다른 힘의 작용이다. 왜 자연법칙을 거슬러 또 다른 개입이 있는가?
개입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있다는 것은 개입하는 주체가 인격이 있음을 전제한다. 즉 인격적인 주체는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일을 시도하여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흄의 주장에 따르면 논리구조상 누군가가 중력의 법칙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좀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고를 위해서는 기적을 좀 더 폭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적은 사건이 발생한 시공간 속에서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산출될 수 없는 사건이다.

자연적인 원인으로는 산출될 수 없다면 이는 새로운 전제를 내포하는데, 기적은 시공간 내의 자연적 원인이 아닌 초월적 원인의 개입으로는 가능한 사건임을 전제한다.
나는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중에 크고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가? 우연이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놀라운 일들이 이따금씩 일어나지 않는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향한 인격적 목적을 갖고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 개입은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조용히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개입일 수 있고, 또 반대로 나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이들이 개입하는 나쁜 개입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운, 재수, 행운, 불운, 재앙 등으로 부른다. 더 나아가 우리는 다른 이들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는 인격적 목적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이들을 복되고 잘 되게 하기 위해 돕고 그의 삶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개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된다. 기적을 기대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나아가 기적을 만들어가라! 주변에 뜻하지 않은 기적으로 행복해하는 이들이 많아지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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