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우면 모두 빈혈이라고?
어지러우면 모두 빈혈이라고?
  • 조인성 을지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승인 2019.03.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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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을지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주부 강모(36․ 대전 유성구) 씨는 1년 전부터 시작된 어지럼증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앉았다 일어날 때는 그 증상이 더 자주, 쉽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빈혈이라고 생각해 동네 약국에서 빈혈약을 먹어봤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고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강 씨처럼 어지럼증을 호소하면 빈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어지럽다고 빈혈약만 먹을 게 아니라 병원을 찾아가 원인을 알아봐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 빈혈과 어지럼증의 차이에 대해 알아본다.

빈혈, 어지럼증 느끼기란 매우 드물어

어지럼증이 빈혈의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빈혈이 있을 때는 어지럼증보다 오히려 피로, 가슴 두근거림, 두통, 식욕부진, 의욕상실 및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즉, 단기간의 출혈로 인해 신체 내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히 낮아진 경우에는 어지럼증이 주요 증상이나,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된 빈혈인 경우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빈혈의 종류는 원인에 따라 철이나 비타민 B12, 엽산 등이 결핍돼 생기는 영양결핍성 빈혈과 혈액암 등의 골수 기능 장애에 의한 빈혈 및 적혈구 파괴에 의한 용혈성 빈혈 등으로 나뉜다. 이런 여러 가지 원인 중 실제적으로 철 결핍이 가장 흔한 빈혈의 원인이다.

철 결핍의 원인으로 영양이 충분치 않은 식사로 인해 섭취되는 철 분량이 적을 때도 생길 수 있지만 위·십이지장 궤양 및 위·대장암 등에 의한 위장출혈이나 자궁근종으로 인한 월경과다 등에 의해 2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근래에는 위점막 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관련된 소화 흡수장애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철분제 복용만으로 치료 가능

빈혈 치료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원인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거나 식생활을 개선해야 한다. 철결핍성 빈혈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있는 심부전이 동반되지 않았을 때는 철분제 복용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복합제제보다는 철분만을 함유한 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보통 2개월 정도 복용하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이 된 후에도 6개월간 더 복용해야 인체 내 부족했던 철분량이 완전히 복구된다. 따라서 적어도 8개월간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은 철분이 많은 시금치나 가지, 견과류(잣, 호두, 땅콩, 은행, 밤), 달걀노른자(흰자는 오히려 철 흡수를 방해하여 빈혈을 유발), 닭고기, 멸치, 다시마 및 해조류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의 증상이 있을 때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 빈혈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빈혈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한 원인 없이 철결핍성 빈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소화기 암이나 자궁질환의 초기증상일 수 있으므로 위장 및 대장 내시경 검사와 여자인 경우 산부인과 검진 등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한 가지 빈혈의 치료제가 다른 빈혈 환자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단순히 빈혈 약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철 결핍성 빈혈 같은 경우, 철분 공급으로 쉽게 교정되지만 대부분의 빈혈은 원인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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