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보석 결정, 공정·엄정 재판이 중요하다
[사설] 대통령 보석 결정, 공정·엄정 재판이 중요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3.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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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다만 법원은 석방 후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하면서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이 전 대통령측은 고령에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석방돼 치료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보석’은 받아들이지 않고 구속 만기가 다가오는 점에서 보석을 할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어차피 석방해야 하기에 미리 ‘자택 구금’ 수준의 엄격한 조건을 붙여 보석을 허가함으로써 증거 인멸을 방지하려는 재판부의 판단은 수긍할 측면도 있다.

재판부는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고, 석방 후 주거를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했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의 보석으로 보석의 기준과 조건에 대한 얘기가 개운치 않다. 형사소송법의 보석 제도는 불구속 재판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구현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관 재량에 맡겨진 셈이어서 ‘고무줄 잣대’라는 잡음도 일어나기도 한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 사건 1심과 화이트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보석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반면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7월 보석을 허가받았다. 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간암을 이유로 7년 넘게 불구속 재판을 받아 ‘황제보석’ 비판을 받다가 지난달 2차 파기환송심에서 재수감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보석을 허용받지 못했다. 하지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이 전 대통령의 보석 결정이 ‘유권무죄’의 잘못된 메시지로 해석되지 않도록 공정·엄정 재판을 향한 재판부의 의지가 절실하다. 정치권과 국민은 법원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다행스럽다”, “국민적 실망을 주었다”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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