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우리는 어떤 공간에 머무는가?
[양형주 칼럼] 우리는 어떤 공간에 머무는가?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3.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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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무소유를 주장하고 실천했던 법정 스님도 평생 버리지 못한 욕심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깨끗한 빈방’에 대한 욕심이다. 이것을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공간욕심’이라고 규정한다.

공간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새롭게 해 준다. 내가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내 생각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공간은 곧 나의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한다.

다윗은 평생 갖고 있었던 ‘공간욕심’이 있었다. 그것은 구약성경 시편 84편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집에 거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요. 내 영혼이 여호와의 궁정을 사모하여 쇠약함이여 내 마음과 육체가 살아 계시는 하나님께 부르짖나이다.

참새도 제 집을 얻고 제비도 보금자리를 얻었건만, 나의 하나님 주의 집에 사는 자들은 복이 있나이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습니다’(시84:1-2, 10).

사람은 시간 관리만이 아니라 공간관리가 필요하다. 사람이 머물고자 하는 공간에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힘들다.
아예 내가 머물 공간을 점령당하면 어떻게 되는가? 분노한다.

우리나라 차량 운전자들은 끼어들기 하려면 절대 안 비켜주려고 한다. 왜 그런가? 갑자기 나의 공간에 누군가 확 끼어드는 것은 나의 존재감을 짓밟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클랙슨을 과도하게 빵 울리고, 라이트를 깜박이고, 창문을 열고 욕설을 쏟아낸다.

요즈음 내가 머무는 공간은 어디인가? 그 공간에 머물 때 나는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일상에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거룩한 공간, 신성한 공간, 나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공간에 자주 머무르는 연습을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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