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새 패러다임… ‘별을 보여드립니다’ 김선두展
한국화의 새 패러다임… ‘별을 보여드립니다’ 김선두展
대전 아트센터쿠, 5일부터 20여점 선봬… 수묵 전통기법 현대화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0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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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느린풍경-노란길 한줄 160x130cm 장지에 분채 2019
김선두, 느린풍경-노란길 한줄 160x130cm 장지에 분채 2019

[충남일보 홍석원 기자] “별이 지닌 메타포(metaphor) 중 가장 흔한 것 하나는 꿈이라는 말이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은 사람을 서정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다. 현실이 팍팍할 때 우리는 꿈의 세계 혹은 몽상의 세계로 도피한다. 몽상은 현실의 일부이자 인간 내면의 일부분이다. 몽상이 제거된 현실은 얼마나 삭막한가.

꿈의 시작은 욕망이다. 욕망은 태어나면서 갖는 생존 본능이다. 욕망은 날것 그대로지만 이를 포장하면 의욕이 되고 열정이 되고 더 나아가 꿈이라는 말로 멋지게 변한다. 꿈을 뒤집으면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 꿈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몽상과 현실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이루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들을 욕망한다. 풀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어떤 꿈은 이루어지고 어떤 꿈은 좌절된다. 삶에서 꾸는 꿈은 밤에 꾸는 몽롱한 꿈이 아니라 치열한 낮에 꾸는 꿈이다. 욕망에 기반을 둔 꿈은 변두리 풍경처럼 어수선하고 추하다. 우리의 아름다운 꿈은 욕망의 결과가 아니라 순수하게 꿈꾸는 과정에 존재한다“ <별을 보여드립니다 작가 노트>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새싹 177x136cm 장지에 먹.분채 2019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새싹 177x136cm 장지에 먹.분채 2019

수묵과 채색, 필선과 색채의 균형을 모색하며 전통 회화의 본질을 파고든 전통 한국화 기법의 대가이면서,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회화를 이끄는 대표적 작가인 김선두의 작품 20여점이 대전에서 선보인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아트센터쿠는 오는 5일부터 한국화가 ‘김선두展’을 다음달 9일까지 개최한다.

김선두의 그림은 특이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어떻게 보면 못 그린 그림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감상자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관행에 젖은 습관, 서구적 우선주의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가 그려내는 한국화는 자유로운 재료의 선택, 이미지를 화폭에 옮길 때 나타나는 과감한 시각적 실험은 구도와 형상, 색감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성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것이야 말로 동·서양화를 불문하고 요청되는 회화적 세계의 실험정신의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형능력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공간 구성이며, 선묘이다. 그의 풀잎은 강한 필선으로 표현되어져 땅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처럼 표현되어진다.

그는 동양화 화론의 묵유오채(墨有五彩)를 빗대어 “먹에는 다섯 가지 색이 들어있는데 까만 먹에 들어있는 색을 꺼내어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즉, 그는 까만 먹에서 색

을 느끼게 하거나 반대로 먹은 사라지고 색으로 그린 수묵화를 선보인다. 또한 필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묵화에서 색은 보이지 않는데 작가는 노련한 필법을 뒷받침하여 역동성을 가진 수묵화를 완성하고 있다.

최근에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수묵기법은 30여 가지로 다양하다. 전통적인 수묵화로부터 목탄으로 그리고 아교로 정착시킨 작업, 장지 위에 먹으로 그리고 오려낸 다음 뒤에 먹이나 색을 칠한 장지를 붙이는 작업 등으로 김선두의 먹그림이 가진 다채롭고 강렬한 수묵과 채색을 넘어 한국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오야동 177x136cm 장지에 먹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오야동 177x136cm 장지에 먹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는 밝은 낮에도 하늘에는 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빛에 가려 보이지 않듯이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염원, 꿈과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트센터 쿠 전미영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구도와 형상, 색감 등에서 과감한 실험을 시도하여 독특한 화풍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김선두 작가만의 수묵과 채색이라는 분류를 뛰어넘어 확장된 한국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옥수수 132x87cm 장지에먹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옥수수 132x87cm 장지에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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