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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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환희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3.20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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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루봉 시대

김우영 글

그류와 그니는 밀착에 들어갔다. 시루봉 카페에서 생활 할 때는 하루종일 마주보며 생활을 했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그니는 뮤직박스 안에 있는 그류만을 쳐다보았다. 물론 그류도 뮤직박스에 앉아서 카운터의 그니만을 쳐다보았다.
문득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그 비도 다름이 아닌 그니가 좋아하는 보슬비이다. 그니는 음악신청서를 통하여 뮤직박스에 앉아있는 그류에게 바깥세상의 소식을 전했다.
뮤직박스에 앉으면 바깥세상을 잘 모른다. 유리창안에 갇혀 음악에 취하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그니는 바람이 불거니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면 재치있게 창 밖의 날씨소식을 전한다. 그러면 그류는 재빨리 밖의 날씨에 관한 음악을 틀어준다.
손님들은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밖의 날씨에 민감하다. 그래서 음악카페의 인기여부는 디제이가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울 명동이나 종로 통의 음악다방이나 카페골목에는 날씨분위기와 손님 취향을 잘 맞추는 디제이 영입에 온 힘을 기울인다. 어떤 업주는 선돈에 보너스까지 지급하면서 이런류의 디제이를 섭외하여 영입을 하였다.
그니는 밖에 보슬비가 오자 음악신청서에 간단히 메모하여 전한다.
“미스터 김 밖에 비 와요. 그것도 보슬비가…”
“오우케이 비… 좋지요”
잠시 후 실내뮤직은 비에 관련된 우울한 불루뮤직으로 바뀐다.
그러자 실내에 앉아 차를 마시던 젊은 몇 몇 커플들이 뮤직박스의 그류를 보며 웃으며 반긴다.
“저 디제이 분위기를 아네!”
“응, 맞아. 저 콧수염 디제이가 온 후로 이 집 손님이 늘었다는군”
시루봉을 처음 개업 한 후 손님이 뜸했지만 실내분위기를 잘 읽고 손님들의 취향에 잘 맞추는 음악을 잘 소개해준다는 소문에 의해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특히 그류의 외모에 여성손님들의 인기가 높았다.
그류는 적당히 기른 카이잘 수염에 장발, 청카바와 바지 스카프가 주요 코디였다. 거기에다가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시루봉 카페 뮤직 박스를 출입하는가 하면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해드폰을 낀 채 가볍게 긴 머리칼을 흔들며 몸을 흔드는 것이었다.
“오우에, 으싸----------”
“오우케이, 앗싸-----------”
이러면 객석의 손님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라하며 환희를 보낸다.
“어머나 저 디제이 귀엽게 노네?”
“저 청순한 모습에 신바람이 나네”
이러면 객석의 손님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라하며 환희를 보낸다.
“저 남자 멋쟁이 유혹하고 싶어”
“나도 저 콧수염 디제이 만나고 싶어”
뭇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시루봉 디제이 그류는 신이 나고 더불어 시루봉 카페는 초저녁부터 손님들로부터 북적되었다. 대흥동에는 시루봉 카페의 성업에 소문이 자자하게 나기 시작했다.
“시루봉 카페 콧수염 디제이가 오더니 장사가 잘 된다는군”
“맞아, 그 콧수염 디제이가 온 후에 이 일대 손님이 시루봉으로 몰려 우리는 굶어죽게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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