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길에서 만난 가족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길에서 만난 가족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08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동북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을 때 지역의 의료봉사자들과 떠나게 된 티벳은 라싸가 아닌 현재 중국의 한족문화권과 중앙아시아의 이슬람문화권이 맞닿는 실크로드의 관문인 깐쑤성의 남부지역에 있는 깐난 티베트족 자치주입니다.

깐난 티베트족 자치주는 티벳고원의 동쪽끝자락에 위치하여 남쪽으로 쓰촨성과 윈난성으로 연결되어져 티벳문화권과 한족문화권과의 경계선입니다. 중국의 베이징에서 바라봤을 때 멀고 먼 변방의 지역으로 라싸에서도 바라봤을 때 수행자들만 살 수 있는 변방오지의 지역으로 여겨집니다.

2011년 겨울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약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중국지도에서 중앙지점에 위치하는 깐쑤성 란저우에 도착해서 하루 유숙을 하고 다음날 깐쑤성의 암도티벳지역으로 새벽부터 덜컹거리는 장거리버스를 타고 고원으로 출발하는 풍경은 생경한 장면들의 연속이였습니다.

Copyright(c)2011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에서 만난 가족

도시의 외곽 한족들의 사원인 도교사원들이 지나고 고속도로 위의 광고 간판보다 많아 보이는 무슬림들의 모스크가 황량한 겨울 햇빛에 반짝이며 한참을 길 양 옆으로 스쳐 지나가니 어느새 고개마루를 넘어 보이는 하얀색 백탑이 마을 마을마다 자리하고, 붉은 천을 둘러 쓴 검게 그을린 이들이 지나는 차들을 흘깃 쳐다보는 모습들은 흡사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생경한 풍경들에 눈이 휘 둥글 해지고 겨울철 고산의 영향으로 두통이 지끈대어 몽롱한 풍경들은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고원의 길에서 만난 티벳 여학생은 낯선 외국인을 보고 서로 서툰 중국어로 몇 마디의 대화를 하고는 자기집으로 초대를 합니다. 사원근처의 흙벽집으로 지붕은 평평하고 담은 높아 바람을 막아주며 창이 넓어 따뜻한 고원의 햇볕을 많이 담아 온기를 더하고 방으로 안내한 곳은 가운데에 철재난로가 놓여있고 위에는 주전자 속의 물이 끓고 있습니다.

여학생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은 항상 등을 굽히며 벽돌바닥의 방바닥을 쓸어내고 말린 소똥을 손으로 집어 넣어 불길을 살려 주전자에서 끓은 물로 그릇을 헹궈내어 허리춤에 찬 때때 뭍은 행주로 물기를 닦아 아무런 맛도 향도 안 나는 대차(차나무 가지며 커다란 녹차잎을 말린 잎차)를 내놓고 이들의 주식인 짬바(고산보리가루)를 길 위에서 만난 나그네에게 내놓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중국을 넘어 저 멀리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수줍어 하면서도 찻잔에 물을 채워주시며 알아듣지도 못한 중국어로 나누는 이야기를 옆에서 턱을 괴며 들으시고 웃으십니다.

그녀의 집이 사원 근처인 것은 그녀의 동생이 승려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15살정도 보이는 붉은 티벳불교의 승려복을 입은 까까머리 소년은 사원에서 공부할 시간이 되었는지 맨발로 뛰어나갑니다. 열살 때쯤에 승려가 되기 위해 사원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승려인 남동생의 표정을 보면 자발적으로 사원에 들어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여고생의 가족처럼 가난한 이들은 사원으로 아들을 보내어 사원에 기대어 사는 것 같았습니다. 큰딸은 일찍이 출가하여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고 둘째 딸은 공부를 시켜 고등학교를 다니고 막내아들은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몰라도 승려가 되어 사원과 이 가정을 연결시켜주는 끈이 되었으며 유목할 야크와 산양이 없는 이 집의 아버지는 도시화가 되어가는 큰 사거리에서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언젠가 그는 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들어가 살 것 이라는 꿈을 꾸며 오늘의 낯선 손님에게 굳은살이 박힌 손톱 밑에 검은 때가 낀 투박하지만 따뜻한 두 손으로 차를 건넵니다.

Copyright(c)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  Milarepa 9층불각
Copyright(c)2017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베트자치주 Milarepa 9층불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