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까사 바뜨요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까사 바뜨요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4.09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옥 사유담 이사] 설레여서 글을 쓸 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가우디를 이해하려면 까사바트요에 가야 한다. 그라시아아 거리의 축복같은 건물이었다. 이렇게 까불고 조잡하지 않기는 정말 어렵다. 온통 치장을 하고 까사바뜨요는 고요하다.

성 조지(Sant Jordi)는 용을 죽이고 공주를 구한다. 용의 피가 쏟구처 올라 까딸루니아 깃발을 적셨다. 보통 기독교가 이교도를 누르고 자신들의 영토로 삼은 곳에는 공통으로 나타나는 신화였다. 슈렉도 공룡을 무찌르고 피오나 공주를 구하지 않는가?

마침 까딸루니아의 수호성인이었던 성 조지는 이야기와 함께 바뜨요씨댁 집이 되었다. 죽음이 모티브이다보니 기둥은 뼈다귀 모양이고 창은 해골의 눈같기도 하고 입같기도 하다. 용은 죽어 자신의 집인 깊은 바다로 돌아갔다. 그래서 바뜨요는 바다가 모티브다. 메시지와 장소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는 바다표면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어떻게 알았냐면 타일이 하늘색에서 짙푸른 코발트블루로 바뀌어가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 연회장이 나타난다. 가장 거대한 테라스는 그라시아 거리로 돌출되어 있다. 2층은 주인이 사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주인의 영광스러운 출연을 위하여 특별히 아름답고 돋보이게 만들어 둔 것이다. 이럴 때 보면 클라이언트의 기분을 맞출 줄 아는 상량한 가우디였다. 2층을 제외하면 다른 층은 임대를 했던 멘션이었다. 때문에 계단은 입주자용과 주인님용으로 나뉘어 있게 된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나는 걷는 것이 아니라 수영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안가는 것이 너무나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층 씩 올라가면 천정은 물이 흘러 부드러운 물결곡선이 생겼고 실내등은 거북이떼다. 중앙 샹들리에는 해파리다. 물고기가 공기방울을 내뿜고 빛이 물결 속으로 세어들어와 무지개빛으로 빛난다. 그렇게 바다속 을 한참 헤엄쳐 내려가면 옥상이 나오고 죽어가는 용이 마지막 숨을 내 쉴 것이다. 용은 거대한 몸을 바위에 기대고 점차 푸르른 제 빛을 잃고 적갈색으로 변해간다. 작은 타일들은 그 기가 막힌 순간을 잡아내며 파충류의 돌기같은 피부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 좁은 옥상에서는 대단함을 완벽히 느낄 수 없다. 드론 촬영으로 주님의 시각에서 봐야 그라데이션 된 깨진 타일의 향연을 볼 수있다.

그러고보니 십자가이자 창인 가우디의 검이 용을 찌르고 있다. 그리고 투구를 쓴 성조지와 병사들이 용을 누르고 있다. 아직 척추 뼈의 거친 마디도 옹고집스럽게 완벽한 용은 곧 떠날 것이다.

아! 가우디. 그 따뜻하고 정겨운 사람을 나는 왜 까다롭다 말했을까? 사랑꾼으로 불리게 된 연유는 까사바뜨요때문이었다. 구석구석 밀려들어오는 오색빛의 찬란함은 가우디를 건축의 렘브란트로 만들어주었다. 어쩜 그리도 빛을 가득 끌여들였는지 바뜨요씨집은 놀라운 따뜻함이 있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끝까지 따라가며 소라처럼 안으로 말려있는데 그 깊은 속에 하트가 그려있다. 내가 그 안까지 따라간 수고에 상을 주듯 그곳엔 하트가 가만히 그려져 있다. 편집증에 대한 선물일까?

온통 물결치는 그 집은 문짝 하나도 기성품을 쓸 수 없어 모두 수작업으로 맞춰야 했다. 돈은 참 많이도 들었겠다. 손바닥하나 둘 자리도 없이 빼곡히 무슨 짓이든 했지만 너무나 편안해서 엄마품에 안겨있는것 같았다. 가우디는 분명 알았던 모양이다. 집은 바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예쁜 집의 별명은 '뼈다귀집'이었다. Casa de los huesos 눈치없이 말이다. 그 집은 죽음을 그리지만 웃음만 있었다. 옆집 까사 아마띠예르에 자극받아 가우디를 불러와서 리모델링해달라고 했다는데 초빙 조건은 옆집을 꼭 이겨야 한다는 것일 게다.

초콜렛 사장님이 의뢰해서 초콜렛 블럭이 박혀있는 듯한 까사 아마띠예르도 멋스럽다. 은근히 가우디를 경쟁시켜 바뜨요씨댁을 만들어 낸 아마띠예르씨댁이 잔잔히 고마워졌다. 까사 바뜨요에 가면 뽀그르 뽀그르르 소리를 내야 한다. 안그러면 죽는다. 물 속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바뜨요씨 후손이 살고있지 않다. 이 집은 추파춥스 사장님 집이다. 사탕팔아 지중해 바다를 샀다.

#모데르니스모 #로마네스크 #엄마품에쏘옥 #푸치 이 카다파르크 #나는바다 #증강현실 #꼭보세요‼️#곰들추천#사유담 #스페인 #가우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