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마다 입시제도 바꾸는 악폐, 멈춰야 된다
[사설] 정권마다 입시제도 바꾸는 악폐, 멈춰야 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4.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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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을 금지한 현 고교 신입생 선발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가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헌법 가치라는 사실을 재확인해 줬다.

자율형사립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 지원을 금지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81조 5항)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자사고 축소를 목적으로 교육부가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고교 입시제도에 일부 제동이 걸린 모양새가 됐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같은 날 학생을 선발하되 자사고 선발에서 탈락하더라도 일반고를 학생 희망대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헌재는 판단이다. 입시 몰입 교육으로 몰아넣으면 사교육 시장만 커져가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대학 입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없이 고교 입시 제도를 고친다는 것은 근본 해결책도 아니고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교육 당국이 서열화ㆍ입시 경쟁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정책은 결코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쪽으로 교육부는 이제 정책의 자세를 고쳐야 한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가 과연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개교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아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강제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폐지 수단인 재지정 평가 기준의 불합리도 철회돼야 한다.

기준점을 수직 상승시킨 탓에 살아남을 학교가 없을 것이여 현장 반발이 극심했다. 또 행정소송도 불사하는 등 자사고들이 벼르는 만큼 현장의 혼란을 귀담아 들었어야 한다.
자사고 폐지 수단인 재지정 평가 기준의 불합리성도 철회해야 된다.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교육부는 자사고에 지원하면 일반고 지원을 못 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러자 자사고들은 지난해 학생 선택권과 학교 선발권을 가로막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 판결이나 헌재 결정은 자사고의 학생 선발과 학교 운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니 존중돼야 한다.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방침은 사회 전체의 다양성에 필요한 수월성 교육을 인위적으로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밀어붙일 일인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제 정권마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악폐를 멈춰야 한다. 대입뿐만 아니라 고입까지 뜯어고치면 입시생들이 겪는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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