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듣기 싫어도 귀 기울이라
[양형주 칼럼] 듣기 싫어도 귀 기울이라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4.1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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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7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1면에는 테라노스라는 한 신생 밴처기업 이야기가 대서특필 되었다.

집에서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질병 유무를 검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때문이었다.

이 벤처기업의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미국의 명문대학인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하고 19세에 벤처기업을 시작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전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조지 술츠는 홈즈에게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빌 게이츠라는 찬사를 붙일 정도였다.

이 기사로 전 세계의 실력있는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이 기업에 투자를 하였고, 기업가치는 단숨에 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올라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는 엘리자베스 홈즈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선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아 파산하고 말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홈즈가 마치 완성된 기술처럼 자랑했던 혈액검사기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존 캐리루 기자는 이 회사가 주장하는 혁신적 기술에 의심을 품고 테라노스를 퇴사한 전 직원 60여 명을 비롯한 내부고발자 160여 명을 인터뷰하였다.

그리고는 그 실체를 2015년 10월 15일에 폭로했다. 이것으로 회사의 신뢰도는 금이 갔고, 회사는 결국 무너지게 되었다.
존 캐리루 기자는 이후 이 사건을 더욱 심층적으로 조사해서 <배드 블러드>(나쁜 피)라는 책을 쓰게 되었는데, 여기서 적어도 홈즈의 열정과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자신이 꿈꾸는 비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온 열정을 다해 실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세상의 주목과 찬사를 받자, 오만해져서 주변의 조언에 귀를 닫고, 절차와 원칙을 무시했고, 세상의 좋은 말에 브레이크 없는 욕망을 추구하다 결국 무너졌다.
회사 내부에서 혈액 검사기기의 신뢰성을 의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관련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여, 직원들을 협박하고 미행도 서슴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내 열정에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걸면 마음이 상한다. 그리고 마음이 상하면 이내 마음 문을 닫고 더 이상 그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반대에 담긴 본심을 못 듣는다.
나는 얼마나 그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가? 듣기 싫어도 그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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