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그들의 자리로 받은 초대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그들의 자리로 받은 초대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4.15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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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빛그린 스튜디오 대표
사진작가
빛그린 스튜디오 대표

황량한 겨울, 눈이 내린 고원 암도티벳지역에서 비교적 큰 마을에 있는 사원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한 남자와 눈인사를 나눕니다. 락라크입니다. 서로 서툰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합니다. 아마 멀리서 온 손님에게 자신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차는 없고 오로지 말과 오토바이만 다니는 초원에 자리한 집입니다. 그의 적극적인 호의를 마냥 거절할 수 없는 마음과 호기심이 더해져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초원 위에 검은색 연필자국처럼 나있는 길을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Copyright(c)2015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깐난티벳자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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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암도티벳은 초원, 산악, 평야 등 다양한 지형으로 이뤄져 비교적 해발이 낮으며 한족문화의 유입이 용이하여 농업과 유목을 병행을 하는 지역입니다.

그렇지만 겨울이 긴 자연여건 속에 초원에서 경작을 할 수 있는 작물이 많지 않아 이들의 주식인 고산보리와 귀리, 겨울철 야크들에게 먹일 풀을 재배합니다. 요즘은 관광객들의 증가로 방목을 하며 소를 키우는 것보다 노란 유채를 재배하는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락라크는 20대 초반으로 비교적 일찍 결혼을 하여 벌써 아내와 두 아이를 둔 아빠입니다. 그의 집 옆에 형제들의 집이 있고 아버지며 일가친척이 모여 삽니다. 진흙으로 다져진 납작한 지붕과 지붕을 건너 다니며 왕래를 합니다.

나무로 조각되어 조립된 대문 앞에는 ‘짱아오’라는 검은 털의 개가 지키고 있으며 대문 지붕 위에는 티벳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들의 산신들께 곡식과 솔가지를 태우며 하루의 안녕을 기도하는 의식(웨이쌍)을 치르는 하얀색 아궁이가 있습니다. 대문의 양 옆에는 불경이 인쇄된 색색의 천이 장대에 매달려 바람에 나부낍니다.

2층은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집안의 기둥 수를 보고 재산을 가늠해 본다고 합니다. 2층 앞마당은 흙으로 다진 1층의 지붕으로 가을철 고산보리를 수확해 탈곡을 하고 고기를 말리는 등의 용도로 사용됩니다.

친구 락라크의 극진한 대접을 받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단출한 젊은 티벳부부의 가정집에 햇볕이 잘 드는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줍니다. 온 가족들이 나와 말린 육포며 손수 만든 빵, 짬바(보리가루)와 수유(버터)에다 외국에서 온 손님이라며 탄산음료도 서늘한 창고에서 꺼내다 정성껏 대접을 합니다.

이들의 음식문화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주식으로 먹는 고산 보리가루를 바탕으로 야크버터와 딱딱한 치즈가루를 곁들여 그릇에 적당량을 담아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한국에서 여름철 즐겨먹는 미숫가루와 비슷한 맛이 납니다. 다른 점은 따뜻한 물에 버터가 들어가 특유의 향이 나며 손으로 반죽을 하여 그대로 먹기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유지해 온 문화로 받아들이고 먹어보니 색다르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옵니다. 거기에 곁들여 먹는 삶은 양고기는 칼을 이용하여 고기를 안쪽방향으로 베어내면서 뼈에 살점이 하나도 남기지 않게 먹습니다. 이렇게 식습관이 간단명료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있어 먼 곳까지 이동하면서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흙벽 집 이층에서 눈 덮인 초원을 바라보면서 락라크는 여름에 또 오라고 합니다. 저 하얗고 바람만 가득 찬 황량한 들판이 여름에는 다채로운 풍경이 있는 모습이기에 한 번 더 와서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곳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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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c)2011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행중 만난 젊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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