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정신질환자 격리 강화보다 통합방법 고민해야
[한내국 칼럼] 정신질환자 격리 강화보다 통합방법 고민해야
  • 한내국 세종본부 국장
  • 승인 2019.04.22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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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끔찍한 방화살인사건의 충격과 분노가 적지 않다. 정신질환자의 범행으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황당한 충격이 그렇고 이를 막지 못한 공권력에 대한 분노가 그렇다.

불과 몇달 전인 지난 연말 정신질환을 치료받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담당의사가 진료중에 사망하는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정신질환자의 살인사건이 또 발생했다.

일련의 사건은 우리의 정신질환자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나마 강북삼성병원의 고(故)임세원 교수가 진료도중 자신의 환자에게 흉기로 찔려 사망하며 ‘인세원법’이 국회에 상정됐고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공포후 시행까지 1년이 걸릴 전망이어서 적어도 내년 4월이후라야 안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정신건강보건법 개정안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의료기관에서 퇴원할 경우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건강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가 치료와 재활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정신질환자라고 스스로 내세우는 경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이를 강제치료할 방법이 없어 안전망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를 격리만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안전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다.이탈리아는 바실리아법을 통해 ‘감금과 억압’이라는 정신질환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선국적 국가가 됐다.
이 법은 제안자인 정신과의사 프랑코 바살리아의 이름을 딴 ‘바살리아법’으로 이탈리아 ‘법 180’이다.

바살리아는 60년대초 원장으로 부임한 고리치아의 정신병원에서 유대인수용소와 반파시즘 운동으로 의대생 시절 경험했던 감옥이 떠올랐다고 한다.
첫날부터 환자들을 묶어놓는 방침 결재를 거부한 그는 의사들이 흰 가운을 벗고 환자들과 어울리게 했다.

이 치료공동체는 70년대 ‘탈원화 운동’의 시발점이었고 그 결실인 바살리아법엔 △새 환자의 공공정신병원 입원 및 새 병원 건설 금지 △지역정신보건센터 설치 및 의료진의 재배치 등 혁명적 내용이 담겼다.

1978년 당시 7만8538명을 수용했던 국립정신병원 76곳이 1998년까지 모두 문을 닫고 지역정신보건센터나 게스트하우스로 전환됐다.
우리의 경우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1995년 제정된 한국의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돼 시행에 들어간다.

전문의 1명 진단으로 가능하던 강제입원은 서로 다른 기관의 전문의 2명 진단으로 강화됐고, 반드시 한달 이내에 심사를 받도록 했다. 가벼운 우울증 치료 경력만 있어도 말조련사 등 수십개 자격증 취득을 불가능하게 했던 정신질환자 정의 조항도 법적의미를 엄격히 했다.

대처방법도 너무 단순하다. 연이은 정신질환자의 살인행위를 우리 사회가 공포로만 대처해서는 해결책이 요원하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퇴원하게 될 조현병 환자의 범죄피해를 우려하지만 아직은 다른 범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이제라도 정신질환자들의 사회환원을 돕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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