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나무를 사랑한 남자, 가우디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나무를 사랑한 남자, 가우디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5.0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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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김기옥 사유담 이사] 늙은 노인에게서 냄새가 났다. 노인네가 그 더러운 옷을 입고 거리에 누워있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렇게 거리에서 났으니 거리로 돌아가는게 순리같았다.

바로 직전에 술을 먹은 겐지 달리는 전차를 피하지도 않고 소리를 지르다가 그 전차에 치어버렸다. '차가 사람을 피해야지 어디 사람보고 피하라고 하냐' 고 소리를 치다가 툭 치이고 말았다. 전차는 잠시 섰지만 노인을 살피지는 않았다. 정이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잡았지만 어느 택시도 서지 않았다.

세 대나 승차를 거부하고 가더니 경찰이 나서자 마지못해 차 한대가 섰다. 병원에 가서도 푸대접은 마찬가지였다. 고쳐줘 봐야 돈도 안 낼 노숙자를 받을 병원은 없었다. 마침내 노인이 누운 침대는 노숙자병원이었다.

누군지 알 수도 없어 병원도 난처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몬드 몇 개와 먹다만 땅콩 반 줌이 나왔다. 그럴줄 알았다. 노인은 이틀이나 혼수상태로 있다가 가까스로 깨어났다. 그제서야 이름을 물으니 그 노숙자는 가우디라고 말했다.

노인은 안토니 가우디 이코르네트(카탈루냐어: Antoni Placid Gaudí i Cornet)였다. 그 도시의 영혼을 짓고 있던 천재였다.

그렇게 살아 생전 기댈 곳 없이 외로웠던 가우디는 그 날 천국으로 떠났다. 땅을 치며 바르셀로나는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나무가 스승이라던 사람,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사람, 집은 가족이 사는 나라라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 안겨있고 싶었던 걸까? 가우디의 집들은 언제나 재미있고 포근했다.
아파봤고, 상처받아봤고, 잃어봤고, 미움받아 봤던 천재는 그 모든 슬픔을 엄마 품 속에 맡긴 것처럼 사랑만 남겼다.

너무나 허망해서 바르셀로나는 1926년 6월 12일 목놓아 울었다. 가우디는 자신의 온 세상이었던 성가족대성당의 지하에 가만히 누워 드디어 성 가족의 품에 안겨 아들이 되었다. 가우디의 상처가 눈물이 되고 그 눈물이 보석처럼 성당에 내려앉았다.

그 병원을 사고도 남을 만한 돈을 가지고 있었던 가우디였다. 가우디는 좀 씻어야 했다. 씻기만 했어도, 옷에 먼지만 잘 털고 입었어도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가우디는 우리 모두를 미안하게 만들고있다.

나는 그 애정결핍자가 눈물나게 좋다. 주머니에 신분증이라도 넣고다니지... 하필 먹다만 하루한줌 견과라니... 땅콩이라도 넉넉히 한자루 사서 보내주고 싶지만 이제 그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사유담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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