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처우개선이 대학 강사 ‘해고 대란’ 됐다
[충남시론] 처우개선이 대학 강사 ‘해고 대란’ 됐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5.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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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며 조선대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만들어진 대학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로 ‘강사직’을 주고 ‘1년 이상 임용, 4대 보험 적용’ 등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출발했다.

열악한 대학 강사 처우 개선과 학문 후속세대 지원, 대학 교육의 질 담보라는 시간강사법 취지를 살려 나간다는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였다. 하지만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학 현장에서는 ‘해고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은 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전국 4년제 대학 공시 분석’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시간강사 담당 강의 비율은 19.06%로 지난해 1학기보다 3.74%포인트 줄었다.
반면 다른 교원(겸임·전임·초빙 등)들의 강의 담당 비율은 꼭 그만큼 늘어났다.

시간강사 대신 전임교원의 강의 책임시수를 늘리거나 겸임·초빙교원에게 강의를 주는 강사 구조조정 실태를 보여준 셈이 됐다.
이는 지난해 1학기에 비해 올해 4년제 대학 전체 강좌 수가 엄청나게 많이 줄은데 비해 수강생이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좌수는 크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51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강좌는 크게 늘었다.

대학들이 강사법에 대비해 ‘대형 강의를 주로 개설하고 작은 강의는 폐강하거나 통폐합한다’던 얘기가 헛소문이 아니였다. 이미 대학가에서 시간강사를 줄이고 겸임교수 등 비전임 교원을 늘리는 편법이 만연했다.

물론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법 개정안을 빌미로 처우개선을 약속해 놓고 뒤로는 강사를 없애려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시간강사들과 상생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

교육부가 올해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 규모는 288억 원으로 강사들의 방학 2주간 급여에 불과할 정도의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렇게 해 놓고는 감당이 안되니까 강사법 내용과는 다르게 ‘1년에 4주만 방학 임금을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학에는 대놓고 법을 위반하라는 거고, 강사들에게는 식언을 한 꼴이니 양측 다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강사법을 핑계로 대학에 비용 감당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수만 명의 고급 인력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태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다름없. 정부가 예산 부담을 서로 떠 넘기게 놔둘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나서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본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국회와 교육부다. 법안만 통과시키고 재원 대책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학 강사의 대량 해고를 막아야 한다. 대학들도 강사 해고를 멈추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시간강사법 시행은 단지 강사 처우 개선 차원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한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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