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고독, 비애… 현대인의 얼굴 극단적 표현
슬픔, 고독, 비애… 현대인의 얼굴 극단적 표현
대전 아트센터쿠 23일부터 ‘눈먼 자들’ 안창홍展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통해 내면의 상처 치유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5.1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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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충남일보 홍석원 기자]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도 비판적인 시선을 평면과 입체 작품에 담아 온 안창홍 화가. 우리 시대의 초상을 기록하는 화가 안창홍의 입체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전 아트센터쿠(유성구 도룡동 골프존 조이마루 6층)에서는 ‘눈먼 자들’ 안창홍展을 오는 23일부터 개최한다.

작가는 산업화 과정에서 와해된 가족이나 개인의 비극적인 삶이나 사회 속에서 희생당한 소시민들의 이야기 등 시대의 고통과 부조리를 끊임없이 그려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창홍의 회화와 조각의 만남을 확인할 수 있다. 회화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입체작품에 페인팅을 한 입체 회화로 ‘장르 속 장르’라고 할 수 있다.

FRP로 제작된 7개의 인물 형태는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다양한 조각 무늬와 화려한 색채로 저마다의 새로운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업들은 작가 내면의 상처와 치유로 그의 작업에 대한 열망이 집약된 완전체라 할 수 있다. 일상 속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추상적 얼굴들이다.

얼굴과 목을 바코드를 뒤덮고 있는 두상은 우리 자신이 바코드처럼 분류된 존재임을 드러낸다. 바코드는 존재임을 규정하는 낙인이다. 개인의 인격조차 상품으로 판매될 수 있는 위험한 사회, 즉 포스트 휴먼시대에 도래할 디스토피아에 대한 불안한 예언이다. 얼굴에 새겨진 숫자들은 우리가 살아왔던 삶 중에서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과감하게 들추어내어 도덕적 경고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상처까지도 치유하고자 한다. 관람자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작가의 입체작업은 우리가 반드시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기억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또한 현대인들이 점점 더 침묵과 외면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2)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작가는 “나는 이 야만의 도시 속에서 쾌락과 광기에 눈먼 자들이 쌓아 올리는 신기루의 허망함을 본다”면서 "화가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일차원적인 물음 앞에서 몇 년 동안 열병을 앓다가 2m 남짓한 두상을 흙으로 빗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슬픔과 고독, 비애로 점철된 도시군상들의 인상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53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한 작가는 그림은 꼭 대학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제도권 미술 대학을 거부하고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1970년대 중반 '위험한 놀이' 연작을 시작으로 '가족사진' 등을 발표했고, 2016년 이후에는 마스크 조각 등의 연출에 힘썼다. 카뉴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이인성미술상,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6월 26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Blindness, 2016. Acryl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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