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준공영제 도입하려면 버스업계 경영투명성 높여야
[사설] 준공영제 도입하려면 버스업계 경영투명성 높여야
  • 충남일보
  • 승인 2019.05.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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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스 파업 대란을 막판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요금인상과 준공영제 시행 카드였다. 전국적인 파업과 극심한 혼란은 벌어지지 않아 이용자들과 당국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두 가지 대책 모두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숙제를 남겼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근무와 임금 조건 변화로 요금인상이 불가피했고 궁극적으로는 준공영제가 해결책이라는 진단이지만 이를 대하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버스 업체의 경영이 과연 투명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준공영제를 이미 시행 중인 서울 시내버스업체들에서 투명성 문제가 드러나 깊이 우려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서울 시내버스 41개사의 2018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5개사가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순이익의 약 70%를 배당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액 대부분은 소수 주주에게 집중됐다.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시의 지원으로 적자를 면한 버스회사 오너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업체에 주는 지원금의 근거가 되는 버스 표준운송원가 산정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당 표준운송원가가 물가상승률보다 더 올랐다. 업체가 제출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당국이 운송원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등 시민의 혈세가 세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25개 버스 업체 중 상당수는 얽히고 설킨 상호출자로 엮여 있는 것도 문제다. 자연인뿐 아니라 법인 간 상호출자가 적지 않다.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가 여러 회사에서 배당금을 타내는 구조인 셈이다. 당기순이익에서 총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도 68.8%를 기록, 상장사 평균의 두배에 달했다. 만성적자를 이유로 재정지원을 받는다는 취지와 명분이 무색할 지경이다.

준공영제는 버스운행을 민간기업에 맡기면서 운영에 따른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제도다. 업체가 수익성만 추구해 흑자 노선만 운영하는 폐단을 막아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취지는 분명하지만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게 문제다. 사회적인 합의와 재원 마련 방안은 물론 업체의 투명한 경영이 무엇보다 담보돼야 한다.

서울시 버스회사들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철저히 규명되고 개선되지 않는 한 준공영제 확대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없다. 파업 논란을 거치면서 준공영제를 광역버스로 확대하는 문제가 당장의 과제로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버스 업체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업체들과 당국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어렵게 도출한 이번 합의의 기본 정신과 틀을 유지하기 어렵고 그러잖아도 복잡한 버스 문제가 더 꼬이는 사태를 막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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