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주는 자(giver)인가 받는 자(taker)인가?
[양형주 칼럼] 주는 자(giver)인가 받는 자(taker)인가?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5.1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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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론에 소개된 이야기다. 대전의 IT업체에서 직장을 다니던 부장 한 분이 꿈에 그리던 판교의 IT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얼마나 마음이 들떴겠는가? 그래서 인사책임자를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가자 어려운 점들에 봉착했다.

먼저, 연봉이 예상보다 낮았다. 그러자 이 분은 ‘이런 연봉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인사 책임자는 그럼 연봉은 김부장이 현재 받는 급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주겠다고 했다.

둘째, 회사에 입사하려면 3개월 수습기간이 있어야 했다. 이것은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인사규정이었다.

그런데 이 분은 스카우트 되어 가는데 무슨 수습이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인사 책임자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수습 기간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중요한 조건들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자 인사 책임자가 물었다. “이제 됐습니까?” 그때 이 부장님은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무엇이냐고 하자,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가족에게는 작은 일이 아니고 아내도 새 직장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한 달만 입사를 미뤄도 되겠냐’고 했다. 그러자 인사 책임자는 ‘생각해 보고 답변을 주겠다’고 대답하고 헤어졌다.

일주일 뒤, 날아온 이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동안 말씀드렸던 채용 제의를 철회합니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럴까 싶은 생각에 지인을 통해 내막을 알아봤다. 알고 봤더니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면 입사 후에는 더 할 거다. 이런 식이면 우리가 인사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채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사람 마음에는 이기적인 본성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욕심을 관철시키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관철시키려는 욕심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 못지않게 상대가 원하는 것이 있음을 알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나의 한계 없는 이기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예수께서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다(행 20:35). 주면 손해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도리어 자신에게 도움을 받은 이들이 더 많은 것을 내어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책 <기브 앤 테이크>에서 이를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나는 주는 자(giver)인가 받는 자(taker)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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