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양털깍이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양털깍이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9.05.20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빛그린 스튜디오 대표
빛그린 스튜디오 대표

중국지도에서 정 중앙에 자리한 기다란 깐수성은 실크로드의 출발지로 여겨집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지면 한족문화의 끝자락이며 경계선입니다. 감숙성의 남부지역 또한 다른 문화와의 경계지로 외부인들이 쉽게 갈 수 없었던 고원의 땅 티벳인들이 모여 사는 암도티벳지역입니다.

그곳에 티벳불교의 성지인 라브랑사원이 있는 샤허현에 속해 있는 간지아향(夏河县 甘加乡)이라는 곳에 아는 가족들이 유목을 하고 있는데 여름이 되면 풍성해진 양털을 깎는 철이어서 마침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여 초대를 받아 찾아갔었습니다.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 초원의 양떼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 초원의 양떼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해발 3000미터가 되는 고원에서 구름 위의 고개 길을 넘어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길가에 대략 100호가구가 안되는 작은 동네입니다. 사람보다 양과 야크가 더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원에서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주로 정착촌에 사람들이 생활을 합니다. 각 마을과 각 가정마다 간지아 초원을 중심으로 한 해의 목축지를 추첨으로 정하여서 비교적 공평하게 목축을 합니다.

그러나 간혹 이웃마을의 양들이 풀을 따라 자기구역이 아닌 목축지로 들어올 경우에는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기기도 하지만 지역의 고승을 불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재를 부탁하여 해결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키우는 양과 야크는 대대로 내려오는 유산이기에 늑대와 같은 맹수들의 공격과 자연재해에서 잘 지켜내며 풍요롭게 키우기를 바랍니다.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초원으로 나가는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6시쯤 초원으로 삼륜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가는 길에 다른 티벳인들도 오토바이며 말을 타고 목초지로 이동하고 가까운 목초지에서는 벌써 양털을 깎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간지아 초원에 있는 목초지에 세 개 동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근처에 양을 가둘 수 있는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으며, 울타리의 기둥 높이는 2미터가 넘고 입구에는 줄이 연결되어 천막 천을 걸어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양털을 깎는 작업의 순서는 200~300여 마리의 양 무리들을 몰아서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양 무리의 우두머리가 길을 잘못 들어서면 도망치기일쑤여서 양을 기르는 주인이 말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산 능선까지 올라가 우두머리 양을 몰아 내려옵니다. 또 도망친 몇몇의 양들은 무리 속에 가족 양이 울타리 안에 있기에 멀리 가지는 않습니다.

양 무리를 울타리에 몰아 가둔 다음 줄에 걸린 천으로 입구를 가리고 여성이나 아이들이 목도리 등의 천을 흔들어 양들이 탈출을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남자들은 울타리 안에 들어가 양의 오른쪽 뒷다리를 잡고 끌어냅니다. 뒤집어 눕힌 양의 앞다리를 하나 남겨두고 나머지 다리를 묶는 것인데, 한번에 양 30여 마리를 묶어두고 털을 깎습니다.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양털깎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쇠가위를 숫돌에 갈아 날을 세우며 양털이 양기름으로 엉켜있기에 양털뭉치를 가위 날에 문질러서 사용을 하면 양털을 깎기가 한결 쉽습니다. 처음에 가위가 들어가는 부분은 양의 뒷넓적다리쪽의 털부터 잘라 들어가서 기름기가 많아 자르기가 불편하지만 천천히 대담하게 허물을 벗기듯이 깎아냅니다. 한쪽을 다 깎으면 양을 뒤집어서 목덜미 쪽부터 넓적다리 쪽으로 잘라냅니다. 이렇게 털을 깎아내면 양에게 털을 깎다 생긴 상처에 약을 바르고 예방약을 먹이고 뿔에 표시를 위해 페인트를 칠하고 양다리의 매듭을 풀어 일으켜 세웁니다. 잘라낸 양털은 여자들이 길게 꼬아 꽈배기처럼 만들어 모아둡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3일 동안 다섯 집의 양털을 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품앗이처럼 공동으로 돕고 함께 먹고 친목을 다지는 초원에서 여름에 벌이는 가장 중요한 일년의 행사입니다. 이들의 일솜씨는 정밀하거나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머리카락이 길어져서 잘라냈는데 사람들이 그걸 돈 주고 사가니 때가 되서 내다 팔 정도로만 깎고 자신들이 쓸 만큼은 남기고 선물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 양털을 받아왔다. 깨끗이 씻어서 이불을 만들었습니다.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c)2015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여름 암도티벳에서 양털깎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