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바르셀로나의 후안 미로 Joan Miró i Ferrà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바르셀로나의 후안 미로 Joan Miró i Ferrà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5.2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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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현대미술을 접하려면 심호흡을 하고서 들어선다. 어디까지나 나의 무지함이지만 그 현란한 컬러와 소통없음은 나를 힘들게한다. 나는 보고싶은데 볼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제목으로 다가간다. 제목이 '새'라면 새라는 형상을 어거지로라도 만들어가며 보면 이해가 닿는다. 그러나 그 또한 '무제'다. "나쁜놈 다 틀렸어. 저도 뭐 그렸나 모르는 거야. 이번 생애에 초현실을 이해하기란 글러버렸다규"

나의 방관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2019년에는 현대미술을 시작한다. 내가 모를 뿐 열광하는 곳에 이유는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그림은 지옥 속Dystopia에 있는 것처럼 처참하다. 비틀어지고 불타고 해가 지며 거대하게 억누른다. 달리의 그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같은 시절 같은 곳에 나서 활동시기도 겹쳤던 후안 미로의 작품은 따뜻하다. 노랑, 빨강, 연두가 나타나 있고 별, 달, 해, 새, 여자 등등 곰곰히 생각해보면 찾아낼 수도 있다. 70노인이 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행복한 그림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뚜기의 진라면이 후안 미로와 콜라보레이션이다. 원래 노란 진라면과 행복하게 맞아떨어진다.

후안 미로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보았고 자신의 땅에서 자행되는 푸랑코의 비극적인 강압을 보았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저리도 따뜻하다. 후안미로는 아이같은 사람일까? 태양이 작열하는 스페인에 태어나 그리 맑은 사람이 된 것일까? 그러다 인터뷰 하나를 찾아낸다.

"난 비극적일 정도로 과묵하다. 어렸을 적 겪은 깊은 슬픔 탓이다. 내게 있어서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하고, 난 모든 것이 역겹다. 난 비관론자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그림에 유머러스한 요소가 있다면, 그건 내가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아마도 본능적 욕구에 의한 반응으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후안 미로 앞에 세상은 역겨웠다. 예술은 그 사회를 덮을 어떤 철학적 장막이기도 하니 세상을 밝게 칠하고 싶었나 보다. 태양 아래 아무 일도 없이 따뜻하고 행복하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후안 미로가 슬픔을 넘어섰다고 표현하고 싶다. 모두 슬프다. 인생이 낭만적이라는 건 낭만을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슬픈 거라고 가르쳐야 했다. 그랬다면 원래 슬픈데 새가 노래해서 기쁘고 밥을 먹어서 기쁘고 사랑을 해서 기쁘다고 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인생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가르치고 곧 온다고 말한다.

후안미로에게도 삶은 다르지 않았나 보다. 그러나 그는 태양의 땅에서 자라 자신의 색을 찾고 그리고 슬픔을 넘어선 승화의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서 진라면만 봐도 웃음이 난다. 삶은 와사비가 들어있는 초밥처럼 겨자가 들어있는 냉면처럼 톡 쏘듯 아프고 그것이 매력이 되어 끝맛은 조화롭게 개운한 것이었다.

#사유담 #후안미로 #바르셀로나 #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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