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하늘로 돌아가는 길 천장터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하늘로 돌아가는 길 천장터
  •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 승인 2019.06.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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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들르고 싶어 하는 곳이 천장터(조장터)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이 곳에 이름 하나 남기지 않고 육신을 독수리나 까마귀의 먹이로 내어 주고 떠나보냅니다. 우리네처럼 산과 평야에서 농사를 짓는 문화권에서 행하는 장례문화와 너무 다른 모습이 놀랍습니다. 고원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 삶의 지혜와 가치관을 보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천장은 넓은 티벳고원 전역에서 행하여지는 장례풍습은 아닙니다. 주로 티벳의 북부나 동부 쪽의 황량한 목초지에서, 그 중에서도 독수리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행해집니다. 티벳지역에서 천장형식의 장례의식 이외에도 지역의 자연환경과 특성에 따라 신분과 지위에 따라 여러 방식의 장례풍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토장(땅에 매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고대 티벳왕실의 무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현재는 다른 의미로 윤회를 할 수 없는 범죄자나 살인자, 그리고 병으로 사망한 이들에게 이뤄집니다. 수장은 윤회를 통해 환생한 사람이 장수하다가 사망을 하면 강물처럼 같게 여겨 상복을 입힌 채 강물에 떠 보냅니다, 화장은 불교의 고승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 치러집니다. 화장을 마치고 남은 재를 모아 산 정상이나 삼림이나 강에 뿌립니다. 때로는 불탑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장례풍습이 있습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지역에도 천장터가 있습니다. 깐쑤성 남부 깐난티벳자치주의 중심행정도시인 허줘시에는 1673년에 세워진 黑错寺(heicuosi)사원 옆의 낮은 구릉에 천장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천장터는 독수리들이 쉽게 날아올 수 있게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잘 가지 않는 깊숙한 산속이나 초원에 자리하고 있는데  반해 이곳은 1996년도에 도시가 세워져 도시 안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례가 치러지면 경건한 자리가 되지만 평상시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풀밭에 눕거나 앉아 쉬어가는 생과 사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지역사원의 고승에게 알려 망자가 세상을 떠나는 불교의식을 먼저 준비합니다. 이어 일가친척들을 불러 망자의 넋을 달래며 출상하기 좋은 날을 점쳐서 장례를 행합니다.

천장터로 시신을 가지고 오면 먼저 백향목 솔가지를 태워 하얀 연기를 내고 칭커가루(고산보릿가루:티벳인의 주식)를 더하여 태우면(이를 외이쌍이라 부른다) 천장터로 하나 둘씩 독수리들이 날아듭니다. 시체를 해체하는 천장사가 시체를 개복하여 살을 잘게 나누고 뼈를 잘게 부셔서 칭커가루에 섞어 독수리들이 잘 먹을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남김없이 먹으면 좋은 의미를 두어 길상이라고 하지만 생전에 악행을 많이 하였거나 범죄를 저지른 자가 죽은 후에는 독수리들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망자의 남은 뼈가 있으면 비구니승려들이 가루로 만들어 진흙과 반죽을 하여 가족에게 나눠줍니다. 불탑이나 불상의 모양을 한 틀에 뼈가 들어간 진흙을 넣어 찍어내어 가는 곳곳에 놓아 복을 빕니다. 티벳의 할머니들이 어깨에 걸치고 다니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천장터 주변으로 망자의 복을 빌기 위하여 옴마니반메훔(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주문)의 ‘옴’을 티벳어로 돌판에 세겨 세워두기도 합니다. 그리고 49일을 보내고 고승을 불러 망자를 위해 불교의식을 치르면서 점을 치고 백향목 가지를 태워 연기를 내며 롱다(불경이 써있고 보물을 등에 올린 말이 달리는 그림이 있는 종이)를 뿌려 바람에 날려보내면 온 세상이 부처님 말씀으로 가득하다고 믿습니다. 이것으로 장례 의식을 마무리를 합니다.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티벳인들은 아침이 되면 먼저 하는 일이 한국의 옛 어머니들이 장독에 정한수를 떠 놓고 기도를 하는 것처럼 솔가지를 태워 연기를 내며 곡식가루를 섞어 태우면서 하루의 복을 빕니다. 이어서 마을사원의 둘레에 있는 마니통(경전이 담긴 통)을 돌리며 옴마니반메훔을 중얼거립니다. 노인들은 사원을 돌고 망자를 위해 기도를 하는 정하진 자리에 가서 먼저 간 망자들을 위해 정성 것 예를 올리며 몇 번의 절을 올리고 집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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