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의 비애
대학 시간강사의 비애
  • 탄탄스님
  • 승인 2019.06.04 11: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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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자장암 감원, 용인대 객원교수)

늦깎이로 대학에 편입하여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우여곡절 끝에 겨우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하며 모교인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시간강의를 시작 할 때였다.

새벽부터 KTX를 타고 몇 만원을 받기 위해 등교하는 데만 1시간 30분쯤 걸렸으며, 역까지 가는 시간을 합하면 가고 오는 데 꼬박 5시간이 넘게 걸렸다. 강의는 당연히 서서 해야 하는 것이고, 거의 앉지를 못해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 거의 녹초가 되었다.  

강의시간은 3시간 정도였는데 1시간 강의를 하고 중간에 10분을 쉬고 계속 강의를 하다보면 목이 메이고 그 10분 동안은 정말 갈 곳이 없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거나 복도에서 서성대다가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 강의에 임하는 내 모습이 가끔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대학에서 시간강사(요즘의 비정규교수)를 배려하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 뒤 어떤 지방 전문대학에 강의를 나갔더니, 계단 아래 ‘강사휴게실’이란 명패가 붙은 곳이 있었는데, 열쇠를 달래서 열어 보았더니 책상과 소파, 탁자가 먼지와 거미줄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시설관리인이 열쇠를 달라는 필자를 한참 동안 멀뚱히 바라본 이유도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강의료가 넘치길 바라지도 않았지만 마음 놓고 점심 한 끼 사먹을 곳이 없고, 돈도 없어 매번 자장면이 주 메뉴였다. 강사가 대학 안에 몸을 둘 공간이 없다는 것은 그런대로 받아들이지만 강의료로 생활은커녕 전공서적 한 권을 마음 놓고 사 볼 여유도 없는 푼돈에 불과하였고 용돈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 소액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언제일지 모르는 정규 교수공채에 응모할 때 이력서의 한 줄 메우기 위해서 열악한 조건에도 강의를 나가는 것이 정확한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게 강의를 다니다가 어쩌다 정말 운이 좋아서 시간도 늘여 받았고 명짜(이름 뿐)이지만 객원교수도 하고 명예교수도 하며 10년을 넘게 모교에 몸담고 있고 아직 강의를 배정 받고 자리를 잃지 않고 견디어 보고는 있다.

같이 공부하고 학위를 하던 선후배들은 아직도 대학 강단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변변한 강의 배정도 없어 이 노릇조차 접은 사람들이 허다한 사실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그나마 재수가 좋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어느 자리에서 사립대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발표를 맡은 강사 선생은 “대한민국 대학은 시간강사를 착취함으로써 존립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정곡을 찌르는 그 말을 듣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들이 착취에 저항하고 자기 권리를 주장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공감 하였으며 분노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총장직선제가 시행될 때에도 강사(비정규교수)들은 선거권이 없었다. 교수는 물론이고 학부 학생들, 조교, 직원들도 정해진 비율로 투표권을 나눠 가졌지만, 정작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단 한 표도 갖지 못했다.

대학은 연구를 하고 교육을 하는 곳이다. 강사들에게도 꼭 같이 그 일을 하고 있건만 전혀 대학 안에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하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집요한 야만에도 몸서리치는 착취에도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길들여지고 있다.

작금의 개정되는 강사법에도 일방적으로 권한이 배제되고 일순위 해고 대상에 놓여있다. 최근의 대학과 강사, 정부가 합의한 강사법이 국회본회의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착취와 열악한 처우 개선을 외치며 비정규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니 마지못해 강사법을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된 강사법을 시행할 때 필요한 재정을 함께 마련한 것은 아니다. 법은 고쳐주었지만, 고친 법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재원은 대학에서 알아서 마련하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떠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마다 강사를 해고하고, 개설 과목을 줄이고, 대형 강의를 만들고, 졸업 이수학점도 줄이겠다고 연일 떠들어 대고 있으나 대학들도 편치 않다. 몇 년째 동결된 등록금, 취업난에 허덕이는 학생들, 경영난은 또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립대학 보다 사립대학이 더욱 어려운 난제가 많다. 지방의 사립대학은 정말 존립하기에도 벅차다.

이제는 대학이 문을 닫는 소식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햑생 수급이 어려운 대학에서 모 학과를 폐과했다는 소식도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모 대학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소문까지 꼬리를 문다. 과연 이대로 10년 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과연 어떻게 생존 할 수 있을 것이며 많은 사립대학들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직 적폐 청산에만 골몰하는 현 정권은 자영업자며 힘없는 비정규직 시간 강사를 보호하고 감싸 줄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대한민국 대학과 정부 그리고 교육당국의 민낯은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있을 때마다 대학과 정부는 예산, 돈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강의료를 제대로 지불할 능력이 없는 대학이 어찌하여 그렇게 규모를 키우고 호화스런 건물을 지을 수는 있었단 말인가. 또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특활비는 어디서 난 것인가?

4대강과 부실 토목공사에 쏟아 부은 돈이며, 표를 의시한 표퓰리즘이며, 생각 없이 지출하는 막대한 세금이며, 정작 이 땅의 지식인의 학문 의지를 꺾는 비열한 정책과 음모에 강력하게 저항해야 한다.

대학사회가 견제와 균형을 상실하고 비민주적인 지배구조, 비리사학에 대한 면죄부 감사, 사학비리 척결 의지 부족, 제대로 된 학문정책 부재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음에도  이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교육부가 적폐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교협과 손잡고 대학 평가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다.

해방 이후의 한국 사회가 급격한 발전의 원동력이 된 대학교육을 등한시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결코 적빈(赤貧)의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이다. 강사법의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대학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강사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에 노력하는 대학을 교육 당국은 적극 지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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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강사 2019-06-16 20:48:19
박달재는 문빠구나..시간 강사 고뇌를 누가 알꼬.

박달재 2019-06-14 15:04:37
스님은 정치하면 안되는데 ㅋㅋㅋㅋ 왜 이러세요. 그리고 대학들 많아진 것은 전직 정부들 탓입니다. 아무리 스님 주변 사람들이 자한당 태극기랑 친하다고 해도 말은 똑바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