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전쟁 미·중의 한국 압박, 면밀히 대처해야
[사설] 무역전쟁 미·중의 한국 압박, 면밀히 대처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9.06.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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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미·중 무역분쟁 속 미국의 집중 견제 대상인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5G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 화웨이 협력사들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가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에 화웨이와의 협력 중단을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은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인 리스크와 비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제공하는 장비를 통해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의심해 왔다. 두 나라 간 갈등이 보복관세를 넘어 여러 분야로 확산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난처한 입장에 처한 상황에서 나온 공개 발언이어서 사드 사태 재현 가능성이 더욱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미·중 무역갈등이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정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 당국자는 미 상무부가 한국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점을 염두에 둔 듯 “우여곡절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했고,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를 언급하며 한미동맹은 존중하지만 중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중국이 사드 배치 이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를 겨냥해 여러 방면에서 보복 조치를 가한 전례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중국이 한국 외교부 출입 기자들을 만나 한국을 압박하자 미국이 한국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맞대응한 형국이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 등에 정보통신 장비를 공급하고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다. 물론 화웨이가 위축되면 삼성전자 등 국내 경쟁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등 주력 상품 판로가 막히는 손실이 우려된다.

우리 경제는 전체 수출의 24%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화웨이 문제는 극도의 민감성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사안이다. 화웨이와 거래하는 주체는 민간기업일뿐더러 자칫 한미동맹 훼손이라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영국과 일본, 대만 등이 미국의 화웨이 봉쇄·제재 조치에 동참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 심화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사드 사태를 교훈 삼아 화웨이 사안을 포함해 향후 예상되는 미·중 분쟁 사례를 미리 상정하고 국익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면밀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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