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위기 속에 진면목을 발견하라
[양형주 칼럼] 위기 속에 진면목을 발견하라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6.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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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125만 제곱미터의 대지에, 연면적 7만 7000제곱미터 규모의 건물 안에는 첨단 조립 로봇과 운반 로봇을 설치해서 일반 공장의 30%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자동화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하루 9시간 가동하여, 10초에 1대꼴로 세탁기가 조립되어 나온다. 이렇게 연간 120만대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LG전자에서 미국에 최첨단의 세탁기 공장을 준공한 것은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되는 관세 때문이다. 2017년 모든 수입 세탁기에 적용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 일명 ‘세이프 가드’로 인해, 연간 120만대까지는 20%, 120만 대를 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렇다면 그동안 팔리던 세탁기에 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 최대 생활가전 업체인 월풀(Whirlpool)의 견제 때문이다.

월풀은 2010년 이후부터 LG전자의 세탁기 품질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시장을 점차로 빼앗기자 미국 정부에 SOS를 쳤다. LG때문에 우리 기업의 피해가 심하니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2017년 미국 행정부는 마침내 모든 수입 세탁기에 관세부과를 허락했다. 당장에 20%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관세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주력으로 삼는 9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세탁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7%로 이전 해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면 월풀은 12%에서 10%로 떨어졌다. 무슨 말인가? 이것은 관세를 부과하고 시장에서 팔지 못하도록 해도 여전히 날개 돋친듯 팔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월풀은 가격 경쟁력이 있어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제품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월풀은 관세부과를 하지 않아서 우리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고 정부를 탓할 것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이 열광할만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는 세탁기 제조 회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집중해야 했다.

공장 준공식을 할 때 준공식에 참여했던 LG전자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월풀이 우리를 미국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LG전자의 경쟁력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렇다면 아예 미국에 공장을 지어 관세에서 탈피해서 정말 품질로 진면목을 보여주어 진검승부를 펼쳐보겠다는 것이다!

진면목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나는데,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깨달음과 확신 가운데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동력을 제공한다.

위기는 진면목을 발견하게 하는 위장된 축복이다. 위기 속에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위기 속에 발견한 진면목을 인생의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 더욱 발전하는가? 아니면 낙담하고 불안해하는가? 담대하게 자신감을 갖고 진검승부를 펼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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