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시녀들-벨라스케스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시녀들-벨라스케스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9.06.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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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아무리 그림을 몰라도 이 작품은 아는 사람이 많다. 미스테리 미제 사건처럼 '시녀들'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의혹이 많아서 증거가 늘어날 수록 그림은 더욱 미궁으로 빠진다.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은 대부분 시녀들을 다뤘다. 수많은 논문은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해석은 난무했고 다양했다. 만약 벨라스케스가 살아와서 그림의 해석들을 본다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설마과연 "이라고 할 만큼 이제 주장들은 열거하기도 쉽지않을 만큼 많아졌다.

스페인에 미술관의 기초를 열어둔 열렬한 미학자는 펠리페 4세 였다. 그가 고용한 수석화가가 벨라스케스 였다. 그저 기능공의 대우를 받던 화가를 예술가의 반열로 크게 올려놓은 화가였고 벨라스케스가 사들이고 정리한 그림들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이 되었다. 고종이 건물 그만 짓고 인상주의 화가들 작품을 사들였다면 우리도 덕수궁미술관에서 고흐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게 안목이 뛰어난 벨라스케스는 작업실이 궁전에 있을 만큼 잡무가 많았다. 작업실도 죽은 왕의 아들방을 내어 준 것을 보면 펠리페 4세가 얼마나 벨라스케스를 아꼈는지 알 수 있다.

벨라스케스는 이 시기 잘나가던 루벤스를 직접 만난다. 그렇게 루벤스의 조언을 듣고 그림도 사들이고 이탈리아로 그림공부하러 떠나기도 했다.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된 벨라스케스는 작품이 달라졌다. 원래도 잘 그렸지만 이제 세상을 품고 이과 문과를 품었다.

그렇게 그려진 '시녀들'을 보자. 작품명은 '펠리페 4세의 가족'이었다가 프라도미술관이 '시녀들'이라고 개명해줬다. 우리가 가족사진을 찍고 '무제 2019'라고 이름붙이지 않는 것처럼 왕족의 사진이었던 초상화에도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시녀들'은 누가 주인공일까? 개까지 12인물이 있는데 과연 누가 주인공일까? 크기로 치면 이젤 앞에 산티아고 십자기사단 표식을 달고 있는 벨라스케스다. 가운데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5살 아기 마르게리따 공주이다. 제목을 본다면 단연코 시녀들이다. 섬세한 것으로 따지면 털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개다. 하지만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생각하면 벨라스케스가 그리고 있는 것은 거울에 비친 왕과 왕비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러나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집요하지 않은 사람은 왕과 왕비가 있는 지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희미하다. 그럼 왕의 하나뿐인 5살 마르게리타 공주가 주인공이 맞을까?  그러기엔 시녀들이 더 화려하다.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가? 옴니버스 주인공인가? 원근감이 살아있고 그림 자체가 크다보니 프라도 미술관에 '시녀들'은 실제 벽을 뚫고 공간이 열려 걸어들어 갈 것처럼 생생하다.
감히 왕의 가족을 그린다고 돈받고 지 얼굴을 제일 크게 그린 발칙한 벨라스케스는 안 죽었을까? 안 죽었다. 그러니까 그 이후에도 작품이 그려졌지 않겠는가?

돌아나서다가 다시 돌아보고 문득 저 거울에 비친 게 주인공이라면 그 거울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는 걸 깨닿는다. 그래서 그림 속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구나. 갑자기 섬뜩해졌다. 400년이 지나도 아직도 해석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화가의 농익은 장난에 있었다.

내가 그 왕가 가족사진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전생을 의심하다가 또 큰 이해를 얻는다. '역시 나는 그림을 읽는 능력이 있었구나' 느끼며 위대해지려는 순간 나 빼고 다 그렇게 느끼고 썼더라…. '이런 해 아래 새 것이 없어…'. 그래도 나도 본다.

그림이 좋다. 내 눈에 좋으면 그 뿐이다. 한명한명이 다 살아있는 시녀들은 누가봐도 주인공이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제목이 '시녀들'이었다. 시녀가 주인공인가 살펴보다가 그도 아닐거라 느끼라고 프라도 역시 장난을 치고 있는것이다. 속지마라.

벨라스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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