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보 해체 급 브레이크 잘 밟았다
[사설] 4대강 보 해체 급 브레이크 잘 밟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6.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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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 들여서 해체까지 해야할 정도로 4대강 보가 해악인가? 농민들이 철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세금만 낭비한다는 얘기가 무성하자 보 해체에 급 브레이크가 걸렸다. 잘 한 일이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보 해체와 관련해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급제동이 됐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세종보 철거를 사실상 유보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춘희 세종시장도 지난 2월 세종보 해체를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데 이어 이 지역구 출신인 이 대표까지 세종보 철거에 반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 보 해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생태계 복원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따른 것이다. 그러자 세종보 인근 농민은 물론 시의회와 시장도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세종시는 정부에 별도의 취수시설을 해줄 것 과 전국 최대규모의 인공호수인 세종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 및 도심하천 등에 공급할 용수확보 등의 대책 등도 요구했다.

사실상 세종보 철거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세종보 지역민만 보 철거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공주보·죽산보 지역민도 마찬가지다. 시의회의 만장일치 보 철거 반대결의와 지역민들의 대규모 반대시위까지 잇따랐다.

이번 여권의 입장 선회는 올바른 선택이다. 무엇보다 보를 개방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 환경부 자체 조사 결과도 세종보 하류 금강의 녹조량이 수문만 개방했는데도 외려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수문 개방 후 강물이 졸아들자 세종시는 자갈을 철제 망태에 담아 돈을 들여 간이 보를 만들었다. 세종호수공원에 필요한 물을 대기 위해서였다. 이런 블랙코미디가 따로 있겠나 싶을 정도다.

환경부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보 가운데 금강의 세종·공주보(일부)와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고 백제·승천보는 상시 개방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1단계 사업이다.

낙동강변 함안보는 보 개방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정부는 피해농민들에게 14억원을 배상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환경부가 전문기관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물을 이용하는 농·림·어업종사자들 중 51%가 “보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 철거가 국민과 환경단체 중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 보 해체를 놓고 지역 민심이 갈라 질수도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 등 주민의견을 충분히 따져 보 해체를 제대로 반영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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