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숨겨온 신안 도굴 문화재... 일본에 팔려다 덜미
36년 숨겨온 신안 도굴 문화재... 일본에 팔려다 덜미
문화재청-대전경찰청, 60대 집에서 해저유물 57점 회수
  • 이훈학 기자
  • 승인 2019.06.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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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전남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 도덕도 앞 ‘신안해저유물매장해역’에서 도굴된 중국 도자기를 36년 간 자신의 주거지 등에 숨겨 보관해 온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63)를 검거하고 도자기 57점을 회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2월 문화재청의 공조수사 의뢰를 통해 A씨가 일본을 오가며 도굴한 신안해저유물을 해외에 처분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에 대한 출입국조회, 은닉 예상 장소 등을 확인 후 지난 3월 20일 A씨를 검거하는 한편, 경기도와 서울 소재 자택과 친척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은닉하고 있던 중국 도자기 57점을 압수했다.

조사결과 A씨는 유물을 매매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공항 검색이 까다로워 반출이 어려워지자 실제 유물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브로커를 만난 뒤 구매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A씨는 압수된 도자기에 대해 “골동품 수집을 취미로 하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으로 물려받은 것일 뿐 도굴된 신안해저유물인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관련 인물 진술과 수집된 증거 등으로 볼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 감정을 통해 이번 압수된 도자기 중 ‘청장 청자 구름·용무늬 큰접시’는 전남 신안군 증동면 방축리 도덕도 앞 송(宋)·원대(元代)유물매장해역’에서 출수 된 ‘청자 구름·용무늬 큰접시’와 동일하며, 이를 포함한 총 57점이 신안해저유물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흑유잔’은 중국 송나라 때 복건성 건요(建窯)에서 생산된 것으로, 검은 유약에 토끼털 모양이 남아 있다고 해 ‘토호잔’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번 압수 문화재 중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제일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신안선은 전남 신안군 증도면 도덕도 앞바다에서 1975년 처음 확인됐다. 

신안선이 침몰된 해역은 서해 남부지역의 중요한 연안항로로서 7~8세기 이후 한·중·일 무역품의 종류와 교역로의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길목이었다.

이때 발굴된 유물들은 1320년대에 중국 절강성 지역과 강서성 지역에서 생산됐고, 청자는 용천요(龍泉窯)계, 백자와 청백자는 경덕진요(景德鎭窯)계로 각각 확인됐다. 

발견 장소 일대는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빠르게 변해 정부가 문화재를 수중발굴하는데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총 11차에 걸쳐 군부대까지 동원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도굴꾼들은 정부의 수중발굴 작업이 없는 틈을 노려 고용한 잠수부를 야간에 투입해 문화재를 도굴했다. 이번에 압수한 문화재 역시도 도굴꾼을 통해 A씨에게 넘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통해 도굴된 신안해저유물이 시중에 실제 존재하고 불법 유통되고 있음이 확인됐으며 골동품 거래 시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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