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의 스페인 문화 프리즘] 오감의 호사, 세비야 대성당 II
[스티브의 스페인 문화 프리즘] 오감의 호사, 세비야 대성당 II
  • 자유기고가 김덕현 Steve
  • 승인 2019.06.14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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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특사 후빌레오 제단.
교황 특사 후빌레오 제단.

[자유기고가 김덕현 Steve] 밖에서 숨고르기서부터 황홀함을 안겨준 세비야 대성당, 내부를 들어가려고 보니 멀리서부터 귀한 발걸음에 온 손님을 맞이하고자 목욕재계를 마치고 기다리는 신부 마냥 깔끔하게 단장한 파사드가 반가이 맞이해준다. 여백의 미를 허용하면 큰일이라도 나듯 빽빽히 빈틈을 매꾼 바로크 양식이 대번에 눈에 띈다. 문턱을 넘어서자 대체 어디에 눈길을 먼저 주어야 하는건지!

후대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15세기에 이 성당착공 논의 당시 이 성당 건축을 반대하는 자들 조차 결과물을 보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화려하게 만들고자 했다. 제작 당시 세상 어떤 것도 이 정도로 아름다울 수 없는 성당을 만들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한마디로 미친존재감을 구현키로 한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성공했다. 현재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브라질의 아빠레시다 성모성당이 20세기에 와서야 완공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 전까진 세비야 대성당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이어 자존심을 이어가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아울러 여러 건축양식 중 고딕으로 보자면 실은 세계 최대의 규모이다. 하나만 더, 성당 구분에서  앞 두 성당은 바실리카이지만, 주교를 모신 대성당, 곧 카테드랄로서는 세비야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 단연 세계 최대가 된다.

일단 화려한 도금으로 덮힌 카톨릭에서 가장 큰 주제단을 보자. 일설에선 무려 1500kg의 금이 쓰였다고 전해진다. 보다 피부에 와닿게 계산해 보니, 금 1kg이 38,000유로, 5천만원 정도로 종교장식에 무려 750억원을 쏟아 부은 셈이다. 천문학적 액수의 황금을 성당 안에 고이 모셔놓은 터라 이로인해 스페인은 황금을 돌로 바꾼 미련한 나라라는 얘기를 듣는다. 말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45장면의 제단 조각에 무려 44년의 공이 들어간 걸 감안하면, 그저 눈 앞에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감탄에 경외심 마저 든다. 조각세공에 잠시 홀린듯 있다가 문득 금의 출처를 잠시 생각해 보니 고개가 살짝 갸웃거리게 된다.

세비야 대성당 내 오르간.
세비야 대성당 내 오르간.

제단의 반대편 성가대석의 양편 상단에 자리잡은 거대한 바로크 양식의 오르간이 눈에 확 꽂힌다. 대성당의 건조한 공기를 파이프의 향연으로 가득 채우고, 그 공명의 하모니에 사람들은 연신 돋는 소름을 잡느라 정신을 놓게 되진 않을까. 관광을 못해도 좋으니 일요 미사에 참석해 장엄하고도 웅장한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는 기회를 가져본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흔적이 전신에 새겨질 것이다.

몸을 들어오던 입구인 북쪽으로 틀어 보니 교황의 특사 제단인 후빌레오 은 제단이 주제단 못지 않은 화려함을 뿜어낸다. 이어 위를 올려다 보니 은세공장식을 활용한 화려한 플라타레스코 양식이 목 아픈 것마저 잊게 만든다. 참고로, 성당에서 배려차원으로 우측편에 편히 보라고 거울을 기울여 놓았다.

제단 앞 장의자에 앉아 온갖 눈의 호사를 누려보고 좌측뒷편의 경당으로 가보니 스페인의 라파엘로란 별명을 지닌 무리요의 작품, 성 안토니오의 환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기도하면 그렇게나 응답을 잘 받는다는데, 현지인 얘기로는 남자보단 여자가, 여자 중엔 치마입은 분이, 궁극에는 치맛바람까지 펄렁펄렁 일으킨 분이 보다 확실한 결과를 본다 하니 경건한 성당에서 여기저기 웃음이 샌다.

성 안토니오의 환상, 무리요
성 안토니오의 환상, 무리요

누군가가 펄럭일 치맛자락을 뒤로하고 나와 중앙에서 올려다 보니 오렌지빛 조명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성가대 위로 휘광을 둘러주고 있었다. 미술관도 전시장도 아닌 엄숙한 종교건물일 뿐인데 눈길 닿는 곳마다 역대 장인들의 땀이 스며든 까닭에서인지 스탕달 증후군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충동 또는 흥분)이 생길 것만 같다. 정신줄을 놓기 전에 흥분을 잠시 가라 앉히고 서둘러 돌아봐야겠다. (계속)

김덕현 steve
김덕현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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